'치매 전 단계'인데 국민 절반이 모르는 병…"환자 수 254만 명"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2.09.19 15:57

치매 환자 67만명·비용 수십조…"선제적 개입, 예방 필요"

1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 교수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지난해 65세 이상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수가 67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부터 10년간 약 3.2배 증가한 수치다. 치매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도 254만명을 넘었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오는 2060년 최대 43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최근 18년 만에 신약이 나온 만큼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치매 전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부터 선제적인 개입과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치매학회는 1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내 치매 환자 현황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대한치매학회 20주년과 '치매 극복의 날'을 기념해 열렸다. 치매 극복의 날은 매해 9월 21일이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91만명으로 추정된다. 유병률은 7.24%다. 전체 치매 환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비율은 74%, 67만명으로 집계됐다. 치매 환자 관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오는 2060년 약 43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는 "초기 환자보다 말기 환자의 관리 비용이 두 배 더 높다. 요양시설 입소부터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며 "초기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버티며 관리돼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치매 예방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전 단계다. 알츠하이머에 의한 경도인지장애가 3년 내 치매로 진행할 위험성은 60%다. 질환명과 코드명이 달라 다른 병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의료계에서는 두 질환이 연속선상에 있다고 본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254만 명이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국민 인식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치매학회가 한국갤럽과 함께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가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1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양동원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지 알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은 73%였다.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한지 몰랐다는 응답은 88%에 달했다.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은 "경도인지장애는 치료 대안이 전혀 부재한 상태인데 이름 때문에 약한 질환이라고, '경증'으로 모두 일괄 분류된다"며 "잠재적으로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환자임에도 심각을 깨닫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세대 치매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을 허가한 것을 두고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고 예상했다. 아두카누맙이 현재 약물 치료 대상이 아닌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임재성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는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아두카누맙이라는 새로운 약이 승인됐다. 증상 개선제가 아닌 발병 기전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다'며 "많은 학계 논쟁이 있지만 치매 치료 시대의 새로운 서막이 열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다만 아두카누맙은 효능을 두고 의료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비용도 매우 고가인데 출시 초기에는 비용이 연간 6000만원에 달했다. 제약사가 보험으로 가격을 절반이나 깎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사실상 국내 도입을 안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 이사장은 "아두카누맙은 전문가들이 실패한 연구라고 본다. 중간 분석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면서도 "그 이후 연구에서는 고용량에서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다. 의사 입장에서는 고통받는 환자를 보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의미가 있는 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한 달 복통 앓다 병원 가니 이미 전이…"5년 생존율 2.6%" 최악의 암
  2. 2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3. 3 손흥민 쓴소리에 "상암 잔디석 안 판다"…아이유 공연은 어떻게?
  4. 4 커피 하루 2~3잔 여성의 몸에서 생긴 변화…남자는? '글쎄'
  5. 5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추석에도 '생이별' 아들 생각…"해피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