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데 '태양광 비리' 찬물…재생에너지업 떨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2.09.19 06:12
태양광 자료 사진으로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무관/사진=머니투데이DB
최근 정부 관계자들이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태양광 사업 비리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관련업계에선 자칫 태양광은 물론 재생에너지 전반에 대한 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리감독 부실에서 기인한 위법 사례에 대해선 관용없는 처벌이 당연하지만, 자칫 건실한 재생에너지 산업까지 위축될 경우 우리 제조업 전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이다.


'비리·카르텔' 등 거친말 난무···"재생에너지 산업 전반 혐오로 이어질라"


18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정부 시절 일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비리 혐의가 최근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합동으로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 실태 점검해보니 2267건 위법·부당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난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국민들의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됐단 점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9.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에 이어 16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에너지정책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그동안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 있어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지나친 우대, 소규모 태양광 편중, 계통 부담 등의 문제들이 있었다"면서 "이를 감안해 이를 시정하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강도높은 비판이 연이어 나오자 재생에너지 업계는 일순 긴장한 모습이다. 재생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집행과 관리 감독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 사례는 당연히 처벌받고 정의가 바로세워져야 한다"면서도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연이어 거친 말을 쏟아내 자칫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이 비리 온상으로 비춰져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우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산업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간다면 산업계가 입는 타격은 헤아릴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산업 자체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일로 이어져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다른 국가들과는 거꾸로 갈까 두렵다"고 밝혔다.



RE100 선언 잇따르는데 재생에너지 태부족···"제조업 전반 경쟁력 약화 우려"


업계는 재생에너지 산업 위축이 곧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탄소국경세 도입 등 상품제조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곧 비용으로 이어지는 상황인데, 기업이 재생에너지 조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면 탈탄소 경쟁의 출발선부터 뒤처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말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중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으며 이는 대기업이 28.8%로 더 높았다.


최근엔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선언도 줄 잇는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중이고 국내도 SK,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뿐 아니라 최근 삼성전자가 가입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부담(35.0%)뿐 아니라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등을 이유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비율은 2020년 기준 2.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재생가능에너지비율이란 1차 에너지 대비 수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이다.

이 비율은 2020년 기준 이탈리아가 19.4%, 독일이 16.4%, 영국이 13.9%, 미국이 8.5%, 일본이 6.8%를 기록했다. 아울러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7.4%로 OECD 평균(약 30%)에 못미쳤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며 "RE100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많아지지만 정작 국내에서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지 못한다면 이미 각종 세제지원, 보조금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중인 외국으로 제조기반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2030년 기준 전체 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30.2%(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기준)에서 21.5%로 낮춘다고 밝혔다. 대신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써 원전의 비중을 23.9%에서 32.8%로 높였다. 이에 따라 RPS(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비율도 하향할 것으로 예고됐다. 단 구체적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국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활용 인프라가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데 최근 정부가 RPS 비율을 하향조정한다는 뜻을 밝힌데 이어 이번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자칫 '정부가 재생에너지 정책 육성에 의지가 덜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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