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K뷰티의 시대'가 막 내리고 무섭게 성장한 올리브영의 기세에 눌린 화장품 기업 에이블씨엔씨가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매물로 나왔다. 전일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임하고, 에이블씨엔씨의 본격 매각에 나섰다.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에이블씨엔씨는 전일대비 560원(9.69%) 오른 6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매각 소식에 반짝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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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원 화장품 로드숍 신화...두번의 위기에 주가 1/10 토막 ━
3300원이라는 파괴적인 가격 경쟁력에 브랜드 론칭 2년만에 매출 1000억을 돌파했다. 2005년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쳐리퍼블릭 등 수많은 미투 브랜드가 탄생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중국시장에서 'K뷰티' 열풍이 불며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K뷰티 바람을 타고 에이블씨엔씨는 2012년 10월 6만4040원(유상증자를 반영한 수정주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09년부터 3년만에 10배 급등하며 주식시장에서 '꿈의 10루타(10배 급등) 주식'이 됐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 2016년 중국의 한한령(중국내 한류 금지령) 직격탄을 맞으며 2017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창업주 서영필 회장은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사모펀드 IMM PE에 매각했다. IMM PE는 서 회장 지분 25.5%를 1882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과정에서 3900억원을 투입해 59.2%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올 들어 1분기에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분기에는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비 14.4% 감소한 658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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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의 89.5% 증발...애널 보고서도 단 '1건' ━
중국의 한한령, 코로나19 창궐도 문제였지만 미샤를 비롯한 로드숍 브랜드의 생존을 구조적으로 위협한 건 CJ올리브영을 비롯한 H&B스토어(헬스앤뷰티스토어)의 성장이었다. 에이블씨엔씨도 사업보고서에서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린 원브랜드숍은 유통 환경과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라 최근 점포수가 줄고 있다"며 "대기업이 주도하는 H&B스토어의 시장 잠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에이블씨엔씨 분석 보고서도 실종됐다. 최근 1년간 에이블씨엔씨에 대한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단 1건에 그쳤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후 가능한 5년, 적어도 7년 안에는 인수 기업을 매각해 엑시트(EXIT)를 해야하기 때문에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부터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었다"며 "다만 지금은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있고 주식시장도 부진해 사모펀드가 원하는 제 값에 매각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상반기 매출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기록한 흑자로 그 의미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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