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주식·채권 '트리플약세'…'인플레 충격' 이후 韓 증시 운명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이사민 기자 | 2022.09.15 04:50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8.12포인트(1.56%) 하락한 2,411.42로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오른 1,390.9원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뉴시스


韓 경제 '긴축발작'에 정부 긴급회의...원화·주식·채권 '트리플약세'


미국발 물가쇼크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고 주식·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긴축발작'이 재현됐다.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예상되면서 주식·채권·원화의 '트리플 약세' 충격이 커지자 정부는 비상경제 TF(태스크포스) 회의를 가동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3원 오른 1390.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09년 3월30일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에 개장해 장중에 1395.5원까지 올랐다.

시장 충격에 대비해 정부는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오전 8시50분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재부 내 거시경제·금융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비상경제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었다.

방 차관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 등에 주의하면서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금융·외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달라"고 말했다. 또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조치를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7.30원 상승한 1,390.9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주식시장도 휘청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8.12포인트(1.56%) 내린 2411.4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3.86포인트(1.74%) 내린 782.93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2.75% 급락하며 2400선을 내줬다. 개인 매수에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전일 뉴욕 증시 폭락에 비하면 선방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1276.37포인트(3.94%) 내린 3만1104.97로 마감했다. S&P500지수가 4.32% 밀렸고, 나스닥지수가 632.84포인트(5.16%) 급락한 1만1633.57에 마쳤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비 8.3%를 기록했다. 7월(8.5%) 대비 소폭 둔화됐지만 로이터가 집계한 예상치(8.1%)를 상회하며 증시에 충격을 줬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둔화에도 불구,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높였다"며 "이번 8월 소비자물가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75bp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다"고 분석했다.

(버뱅크 AFP=뉴스1) 손승환 기자 =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있는 월마트 매장에서 토마토 소스 캔이 판매되고 있다. 한편 △팬데믹을 우려한 공격적인 소비자 지출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 △국내 노동자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힘입어 미국의 6월 물가상승률은 9.1%를 기록했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8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예상치를 겨우 0.2%포인트 상회했으나 나스닥 지수가 5.16% 폭락하며 '긴축발작'을 일으켰다. 이는 에너지 가격이 유가 하락에 내렸으나 음식료와 주거 비용이 상승 추세를 보이며 "물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공포를 키웠기 때문이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이사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며 "세부항목별로 식료품 비용은 1979년 이후 가장 큰 폭인 전년비 11.4% 상승했고 전기요금 역시 1981년 이후 최대폭인 15.8% 급등했다. 소비자물가지수 1/3을 차지하는 주거비도 6.2% 뛰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6월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은 정점은 통과했지만 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인상 확률은 75bp가 66%, 100bp 인상 확률은 34%로 하루 만에 껑충 상승했다. 8월 CPI 발표 전 75bp 인상 확률은 91%, 50bp 인상 확률은 9%, 100bp 인상 확률은 0%였다.

채권시장도 약세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9bp 오른 3.585%에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1bp 상승한 3.651%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경제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삼중고에 직면한 가운데 무역적자마저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7%, 수입은 11%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약 24억달러(3조3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가 9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의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75억 달러(37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4월부터 5개월 연속 이어지는 무역수지 적자가 9월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인플레 쇼크'에 화들짝 놀란 증시…여의도 증권가는 이렇게 봤다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물가 상승세 정점 통과)에 대한 꿈은 무너졌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다. 1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8.12포인트(1.56%) 내린 2411.42에 마감하며 직전 날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 증시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을 향해선 기업 펀더멘털을 중심에 두고 최대한 방어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CPI 발표로 연준의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명확해졌다"며 "물가가 하락 중이라는 방향성은 나타나지만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 느릴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8월 CPI는 당초 전월 대비 0.1%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0.1%p 오른 것으로 나왔다. 그나마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직전 달(7월) 8.5%에서 8월 8.3%로 낮아지며 2개월 연속 둔화했지만 시장전망치(8%)보다 높은 수치로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 1bp=0.01%포인트) 단행은 기정사실화됐다. 심지어 '울트라스텝'(100bp 인상) 전망까지 나온다.

이 센터장은 "CPI 발표 직후 하루 새에 100bp 얘기가 나왔다"며 "연준의 매파적 긴축 정책이 최소 연말까지는 이어져 예상보다 더 길게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그간 금리 인하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인지, 내후년부터일지가 이슈였다"며 "이번 발표로 연준이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는 많이 물러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준이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는 대신 속도 조절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유가, 유로존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잡히면서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정점 통과) 기대가 나왔다"며 "실제 이번 코어 CPI(근원물가) 지표 항목을 살펴보면 렌트비, 서비스업, 외식 등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대한 인플레이션이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경기를 망가뜨릴 정도로 긴축에 나서지는 않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가 한동안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점에서 증권가 내 이견은 없었다. 유 센터장은 "향후 연말까지 고용, 물가 관련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장 변동성이 커지며 박스권 내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정책, 시장 방향성이 섣불리 바뀔 거란 기대는 갖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도 "증시 변동성이 다시 커질 것이란 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며 "이런 장세는 최소 10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증시가 받는 충격은 미국에 비해선 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센터장은 "미국 증시는 성장주 위주로 구성돼 있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할인율이 높아져 타격이 크다"며 "그와 다른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방어적인 스탠스로 증시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 센터장은 "투자자들은 경기민감주 쪽으로 투자하기보다 최대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게 좋다"며 "캐시플로우(현금흐름)가 좋고,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배당을 많이 주는 방어 업종 위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정 부분 현금은 항시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아울러 기업 펀더멘털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다음 달부터 3분기 실적이 나오는데 시장에선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주목할 것"이라며 "그나마 올해 실적 개선이 나타났던 기업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1~2분기에 실적 개선이 나타났던 기업 중심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1400원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3원 오른 1390.9원 마감하며 13년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의 달러 강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 강세에 따라 국내 증시가 막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점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