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를 아십니까[우보세]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 2022.09.15 05:4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교육을 흔히 백년지계(百年之計)라고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긴 호흡의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백년지계라는 말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렸다. 매번 바뀌는 입시정책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혼란은 불신으로 이어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상징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초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지명했다. 지명 당일 모 기자가 김 전 후보자에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한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었다.

김 전 후보자는 "이전 정부에서 (자사고의) 축소 내지는 폐지 쪽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하는 차원의 교육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불과 2년 전 결정한 주요 교육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후보자의 낙마로 말의 무게감은 떨어졌지만 교육현장의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백년지계가 오년지계가 되지 않도록 구상한 것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다. 관련법은 국교위의 역할을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및 교육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으로 규정한다. 교육부와 별도로 중장기 교육정책을 결정하도록 한 곳이 국교위다.

국교위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외형부터 남달랐다. 국교위는 숱한 자문위원회와 다르게 행정위원회다. 행정위원회는 독립적으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교위원장도 장관급이다.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은 3명이다. 외형만 봤을 때는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구조다.

그런데 국교위는 개문발차조자 못하고 있다. 국교위 출범일은 지난 7월21일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교위는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이 중 교원단체 추천 몫의 2명은 오리무중이다. 교원단체 2곳이 각각 1명을 추천해야 하는데, 어떤 교원단체가 추천할지를 두고 갈등양상을 보인다.


국교위가 출범하더라도 순항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국교위원장으로는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유력하다. 그는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교육계 인사다. 이 전 총장이 국교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 등에선 "한번 해보자는 것이냐"라는 험한 말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한 국교위 상임위원 역시 정치적 색깔이 극명히 갈린다. 교육정책이 정치적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구성한 곳이 국교위인데 오히려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교위 출범을 기다려왔던 여러 교육계 인사들이 오히려 국교위 출범을 우려하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결정한 직제와 예산을 보면 국교위는 '미니 위원회' 수준이다. 국교위의 내년 예산은 88억9100만원에 불과하다. 국교위에 근무할 공무원은 31명이다. 국교위에 대한 정부의 빈약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 국교위는 올해 말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결정해야 한다. 여러모로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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