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비타민이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춰주고 입원 기간을 줄여준다"는 것 관련,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 다수 의견으로 보인다. 14일 톨레도대학 아지줄라 베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전 세계에서 발표된 다수의 연구를 모아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C나 비타민D 보충 등 면역강화요법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 개선 등에 임상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유럽임상영양대사저널(Clinical Nutrition ESPEN)에 게재됐다.
코로나19 발생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련 연구가 진행됐는데, 베란 교수팀은 총 5600여명의 임상대상자가 참여한 26개 연구를 메타 분석했다. 그 결과 9개의 연구에서 1488명의 환자들이 비타민C 보충 요법을 받았지만 중증 악화와 사망률, 입원 기간 단축 등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타민D의 경우 사망률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인공호흡기를 달 위험을 45%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다른 요인들을 배제한 전향적 연구가 아닌 만큼 보다 엄격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베란 교수팀 결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찬가지다. 앞서 WHO는 홈페이지에 팩트체크 형식으로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는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없다며 비타민 D와 C, 아연과 같은 영양소는 면역 체계에 중요하며 건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나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데 대한 지침은 없다고 소개했다.
물론, 코로나 증상 완화와 사망률을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비타민D 관련 연구가 많다. 볼로냐 대학 아리고 시세로 교수팀이 총 2692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참여한 23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D가 부족한 환자들이 비타민D를 보충하면 중증 위험과 사망 위험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팀도 혈중 비타민D의 농도가 낮을수록 코로나19의 발생 위험 및 중증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비타민D를 보충할 시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서 중환자실 입원률과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임수 교수팀은 이러한 양상을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면역 체계와 염증 반응 시스템의 이상을 지목했다. 비타민 D 부족 및 결핍은 항균성 단백질인 '항균 펩타이드' 생성 감소, 'T 세포'의 면역반응 이상, 폐 상피세포의 자멸사 증가, 면역 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증가를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되며, 중증 환자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의 위험성이 증대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타민D가 정상보다 부족한 상태의 환자에 국한된 경우다. 비타민D를 백신대신 광범위한 코로나19 예방 용도로 쓰거나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근거는 아니라는 것. 비타민D 결핍이 코로나19 발병·중증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를 한 임수 교수도 "비타민D 부족 및 결핍 환자에게 비타민D를 보충해 주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호흡기 감염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했을 뿐, 백신이나 치료제 대신 쓰라고 권고하지 않았다.
라게브 아살리 톨레도대 의대 교수는 "일부 코로나19 환자가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비타민D나 비타민C가 바이러스에 효과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양 실조거나 신체에 이미 이들 비타민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비타민을 통한 면역강화요법으로 충분히 백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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