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녀상' 두고 4개 단체 '대치'...긴장감 감돈 '수요일'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 2022.09.15 05:09
진보와 보수 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위로 집회신고를 내고 대립하며 정기 수요시위(우측 상단)가 트윈타워 옆으로 옮겨져 열리고 있다./사진=정세진 기자
"역사부정세력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역사왜곡과 혐오발언을 중단하라."
"정의연(정의기억연대) 해체하라."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율곡로2길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로 시끄럽다. 이날 소녀상 주변에 신고된 집회만 6건이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접수된 순서대로 자유연대(신자유연대), 정의연, 엄마부대, 반일행동 등 순이다.

이날은 15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열리는 날이다. 집회 준비가 한참인 오전 11시가 넘어서면서 소녀상을 중심으로 율곡로2길에 유독 긴장감이 감돈다.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10일 오후10시쯤 신자유연대회원 10여명이 소녀상 주변에서 정의연 해체와 소녀상철거 등을 요구하며 기습집회를 열면서 반일행동측과 몸싸움을 벌인 탓이다. 추석에 발생한 충돌로 신자유연대 회원 한명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반일행동 측 회원 한명이 경찰을 밀치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은 2020년 5월쯤 시작됐다. 정의연이 1992년 1월8일부터 옛 일본대사관 앞인 현재 소녀상 위치에서 매주 수요집회를 열던 가운데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후원금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보수단체가 '맞불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소녀상 주변에서 '위반부는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성을 제공했다' '위안부는 성매매 여성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실업유니온·희망나비·진보학생연대·민중민주당학생위원회 등이 구성한 반일행동은 2020년 6월23일부터 소녀상 뒤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연좌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반일행동 구성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친일행각 윤석열 무리청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철저해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1일 보수단체의 소녀상 농성장 급습을 규탄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극우 유튜버를 초대한 것 등을 규탄했다. /사진=뉴스1

신자유연대는 소녀상 근처에 먼저 집회를 신고한 선순위자인데 경찰이 반일행동측의 집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이 금지 또는 제한해야 하는 집회는 소녀상을 지키는 반일행동측 연좌농성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먼저 신고한 집회에 우선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평화의 소녀상 자리에 선순위로 집회를 신고했는데 반일행동이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며 "반일행동과 선순위 집회 단체를 보호하지 않은 경찰을 모두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반일행동측은 "소녀상에 대한 테러를 자행한 친일극우단체를 규탄하고 극우를 비호한 친일 서울경찰 김광호를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개최 한달 전인 720시간 전부터 신고할 수 있는데 자정을 넘어 날짜가 바뀌면 보수단체 측에서 경찰서를 찾아와 당직자를 불러 집회를 신고한다"며 "집시법에는 집회 주최자 또는 그 대리인이면 누구나 신고할 수 있어서 헌법에 보장된 집회신고를 막을 순 없다"고 했다.

집시법에 따르면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되는 집회'가 2개 이상 신고되면 경찰은 시간과 장소를 나누어 집회가 평화적으로 모두 개최·진행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등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선순위 집회가 경찰 분할 개최 권유에 응하지 않으면 후순위 집회만 금지·제한할 수 있다.

반일행동은 매일 종로경찰서를 찾아가 집회 신고를 연장하고 있다. 경찰은 반일행동이 소녀상 옆에서 24시간 연좌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점등을 감안하며 충동을 예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일행동이 후순위 접수자지만 소녀상 옆에서 이어오는 연좌농성을 허용하면서 주변에 경찰 펜스를 설치해 인근에 집회를 신고한 보수단체와 접촉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위로 집회신고를 내고 대립하며 정기 수요시위(우측 상단)가 트윈타워 옆으로 옮겨져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렇다 보니 매주 수요일이면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경찰펜스를 사이에 두고 양측이 집회를 벌이는 장면이 연출된다. 여기에 집회신청에서 3순위, 4순위로 밀린 정의연은 소녀상 길 건너편 주유소쪽에서 수요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정의연 해체를 주장하는 엄마부대 등이 수요집회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면서 율곡로2가는 집회 구호를 전달하는 스피커 울림으로 1시간여 동안 소란스러운 상황이 매주 반복된다.

30여년간 지켜온 소녀상 주변자리를 빼앗긴 정의연 역시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1월 보수단체측 집회신고 목적을 '수요집회를 방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제지할 것을 권고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인권위 권고에도 경찰은 폴리스라인만 설치하고 소음 측정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꼭 소녀상 주변이 아니어도 된다. 수요집회를 방해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단체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청은 지난 4월 대책 "선순위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집회 신고를 남용하더라도 후순위 집회를 현실적으로 보호할 방안이 없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중복집회의 평화적 관리를 위한 입법 개선 방안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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