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10% 치솟은 금리, 이마저도 "대출 거절"…부동산 개발 '휘청'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방윤영 기자 | 2022.09.12 07:00

[MT리포트]자금줄 끊긴 건설업, 시한폭탄 되나(上)

편집자주 | 부동산 개발 시장이 잠정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부동산 경기는 좋지 않고 공사비 인상, 금리 상승에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돈줄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디폴트 사업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행사, 건설사의 줄도산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5년간 270만호 공급이라는 정부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



"100억 빌리기도 힘들어"…돈줄 마른 부동산 개발 시장


# 부산 강서구 A아파트 사업장, 땅을 사기 위해 높은 금리로 조달한 브릿지대출의 만기가 지난 7월 도래했다. 어렵게 한 차례 만기를 연장했지만 이달 말 다시 만기가 도래한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융기관마다 '어렵다'는 답만 돌아온다. 매달 1000억원이 넘는 금액에 대한 대출 이자를 부담 중인데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 대구 B아파트 사업장 역시 지난 5월 브릿지대출을 어렵게 연장했다. 부동산 PF대출을 받기 위해 알아보고 있지만 대주단을 찾지 못했다. 사업장의 입지가 좋아 PF대출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현재로서는 사업 진행이 불투명하다.

부동산개발 업계가 심상치 않다. 금리와 공사비는 오르고 금융기관들이 자산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돈줄마저 끊겼다. 땅을 매입하고 개발에 나선 시행사들은 수익성 악화 우려와 자금난으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비용 증가·공사비 인상·부동산 시장 침체

11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PF대출 금리(선순위 기준)는 연 9~10%까지 치솟았다. 1여년 전 3%대 후반~4%대 초반, 올해 초만 해도 5% 초반 수준이었지만 몇 달 만에 2배 급등했다. 기준금리가 오른 영향도 크지만 금융사들이 돈줄을 죄면서 '(금리를)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일관되게 부동산PF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여신전문업계와 저축은행 등에 대해선 부동산PF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충당금 적립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적용 중인 건설업·부동산업에 대한 여신한도 규제를 여전사로 확대키로 했다.

금융당국의 '경고' 이후 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PF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미분양 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취급 불가, 차입형 토지신탁 등은 취급 불가, 기한연장은 원칙적으로 불가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국 지점에 보냈다.

A시행사 대표는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은 최근 3년 동안 부동산 PF대출에 적극적이었는데 여기마저 자금줄이 막히면서 지금은 브릿지론도, 부동산 본 PF대출 어떤 것도 되지 않는다"면서 "100억~200억원의 자금을 구하기도 너무 어려워 신규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는 사업 부지 취득과 인허가 등 운영자금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 브릿지론과 인허가 취득 후 착공부터 준공 전까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본 PF로 나뉜다.

땅 매입 계약을 성사시켜놓고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포기한 사례들도 나온다. B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 임원은 "브릿지론 잔금 대출받아야 하는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서 계약금을 포기한 사업장이 여럿 있다"면서 "어렵게 잔금을 구해도 본 PF 대출을 받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EOD, 대출 만기 전에 회수)에 처해지고, 공매로 넘어가면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하에 울며 겨자 먹기로 초기에 사업을 접는 것"이라고 말했다.

C신탁사 임원은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00위 안에 있는 건설사인데도 부동산PF대출이 모두 막혔다"면서 "시행사, 중소중견사, 신탁사, 부동산PF를 주선하는 금융사 등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우려했다.

◇돈줄 막히니 연쇄 디폴트 경고등 커졌다

시장에서는 상당수의 사업장이 지금은 어떻게든 이자를 내면서 버티고 있지만 내년부터 만기 연장에 실패하거나 본 PF대출받지 못해 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고음은 이미 곳곳에서 들린다. 올 6월 경기도 화성에서 추진 중이던 '화성 반도유보라 아이비시티' 사업은 기한이익상실로 해당 부지가 공매로 나와 있다. 대구에서 약 10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던 중구 동산동 사업 부지도 같은 달 공매 물건으로 올라왔다. 해당 시행사인 도원동산개발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기 때문이다.

D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 임원은 "약 5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있는데 공사비 상승, 공사 기간 연장,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부담해야 할 이자만 750억원이 더 늘었는데 분양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가를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자금을 어떻게든 조달해서 이자를 납부하고 사업을 끌어가겠지만 한계가 오면 디폴트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금력이 되는 일부 시행사는 올해 사업을 접고 내년을 기다렸다가 공매나 경매 등 NPL(부실채권) 물건을 잡겠다는 분위기다. 감정평가액보다 저렴하게 택지를 구입하면 사업성을 일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건설사는 공매로 나온 대구 동산동 사업 부지를 감평가의 절반인 1500억원에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호황기에 일 벌려놨는데…중소 건설사 무너진다


#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건설 사업이 시행사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결국 시공사가 보유자금을 통해 이 사업을 떠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업계에선 시공사가 자체 신용을 통해 시행사의 자금 조달을 돕는 경우가 흔하다. 시행사가 추가 자금 마련에 실패하면 공사가 중단되고 시공사는 빚만 떠앉게 된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시공사가 회사 보유한 자금을 동원해 해결에 나선 것이다.

이 사업장은 시공사가 자금력이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대처할 방법이 없어 곧바로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PF 자금줄 끊기자…중소 건설사 같이 무너진다

시행사가 PF를 마련한 사업장도 안전하지는 못하다. 보통 시행사가 PF를 조달할 때 시공에 참여하는 중소 건설사들이 연대보증을 선다. 하지만 분양에 실패해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아 자금 융통에 실패하면 PF 대출을 갚지 못하고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다.

PF 조달에 실패한 시행사, 중소 건설사들은 신탁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신탁사 역시 거절하고 있다. 시행사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사의 자금을 빌리는데, 미분양이 늘어나는 부동산 침체기이다보니 신탁사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198가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752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48가구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PF가 안되니 마지막 남은 신탁사에 문의를 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요청이 들어오는대로 다 받아줄 수 없는 노릇"이라며 "공사비 원가 부분이 잘 잡혀 있는지, 분양을 통한 엑시트 가능성이 있는지 꼼꼼히 심의해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쌓이고 있지만 추석 이후 연말까지 예정된 아파트 분양은 16만2893가구(부동산 R114 집계)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실적(15만7600가구)보다 약 5000여가구 많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만 1만604가구가 분양 대기 중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사진=뉴스1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 확대한 중소업체들.."이미 무너지기 시작"

더 큰 문제는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중소건설사들이다. 시공만 하는 것보다 이윤이 많이 남다보니 중소 건설사들이 시장 호황기에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사업을 많이 벌려놓은 상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떤 상품이든 공급하면 모두 팔리던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대한 중소 업체들이 많다"며 "PF 대출이 끊긴 데다 금리까지 올라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대형사의 사업 외에는 신규 PF는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아예 끊겼다고 봐야 한다"며 "대출을 취급한 증권사에서 최대한 연장을 해주며 부실화를 막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작은 업체들 위주로 부실채권이나 공매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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