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여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텔을 제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세계 정상 자리를 지켜왔다.
8일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TSMC는 올해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1위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직전 분기 대비 11% 늘어난 202억달러(약 27조8739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3분기 182억9000만달러(25조2438억원) 매출을 올리며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분기(226억2300만달러) 대비 19% 줄어든 규모다. 뒤이어 인텔이 직전 분기 대비 1% 증가한 150억4000만달러의 매출로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추측했다.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삼성전자는 1년 만에 1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TSMC가 매출 기준 처음으로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반도체 왕좌 자리는 삼성과 인텔의 싸움이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가격과 수요가 동반 상승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인텔이 지켜오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 뒤로 2년간 1위를 기록하다가 메모리 수요가 감소하면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인텔에 1위를 다시 내줬다. 이후 지난해 삼성전자가 3년 만에 1위를 탈환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최고 자리를 유지해왔다.
IC인사이츠 역시 메모리 불황을 고려해 올해 IC(집적회로)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기존 11%에서 7%로 3%p(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C인사이츠는 "하향 조정은 거의 전적으로 메모리 시장의 붕괴(collapse) 때문"이라며 "고객사에서 대규모 재고 조정이 진행중이고 조정 기간은 적어도 2023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하반기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기술 우위에 따른 자신감은 내비쳤으나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연간 수요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설비투자 계획 역시 말을 아꼈다.
국내 업계에서는 그간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서버 수요가 특히 걱정이다. 데이터센터 업계가 전기요금과 건설 비용 부담으로 계획했던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국내 메모리업체 주력인 서버용 D램이 다량으로 쓰인다. 서버용 D램은 삼성전자 D램 총매출의 40%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이 최근 중국 견제 차원에서 자국 기업의 GPU(그래픽처리장치) 대중 수출을 막은 점도 악재로 언급된다. 업계 한 인사는 "중국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GPU 1위 기업인 엔비디아 등의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서버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다만 하반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새롭게 출시된다는 점은 기대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인텔과 AMD 등의 DDR5를 지원하는 CPU(중앙처리장치) 출시 계획도 잡혀있다. DDR5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DDR4를 대체할 차세대 규격이다. 개선된 선단 공정을 적용해 메모리 업체는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한편 IC인사이츠는 이번 보고서에 메모리 불황의 근거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의 발언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평택캠퍼스에서 국내 언론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다. IC인사이츠는 "경계현 사장이 올해 하반기 업황이 나빠 보이며, 내년으로 봐도 개선 모멘텀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지난 몇 달 동안 (메모리)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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