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종 기업 간의 지분 맞교환 제휴 트렌드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을 추진하면서 각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와의 협력에 개방적 태도를 드러낸 장면이다.
구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은 올해 들어서만 여러 건의 지분 투자를 고리로 한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구체적인 성과로 드러났다. 금융·미디어에 이어 모빌리티까지 해당 분야 톱 플레이어와의 협력으로, 신성장 분야에서 KT의 존재감도 과시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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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현대차그룹과 지분교환…모빌리티 동맹━
KT와 현대차그룹은 MECA(모빌리티 서비스, 전기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분야에서 차량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협력한다. △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 규격의 공동 개발 △인공위성 기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의 통신 인프라 구축 △전국 KT의 유휴 공간·네트워크를 활용한 EV 충전 인프라 확대 △스트리밍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 △ICT(정보통신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미래기술펀드 운영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양사는 또 중장기 관점에서 협업을 지속하기 위해 '사업협력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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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CJ ENM…각 분야 리딩기업과 협력━
양측은 AI·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빅데이터·로봇 등 23개 영역을 공동사업 대상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올해 5월에는 신한은행의 홈브랜치를 KT의 IPTV에 제공하고, 지난달에는 KT가 소상공인의 통신·보안·방역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면 신한은행이 대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협력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밖에도 KT는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에 13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 인공지능 기반 고객센터(AICC)와 멀티 클라우드 기반 고객센터 등 플랫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KT는 또 올 6월에는 콜드체인 전문 기업 팀프레시에 553억원 규모를 투자, 2대 주주(11.4%) 지위를 확보하며 물류 부문까지 보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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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우군' 확보…KT 지배구조 안정에도 기여━
각 분야 리딩 기업과의 지분 맞교환은 적어도 수년 이상의 중장기적인 협력을 보장하는 것인 만큼, KT의 지배구조가 안정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두 차례의 빅딜만으로 이미 13% 이상의 KT 지분을 현대차그룹과 신한금융이 보유하게 됐는데, 이는 KT의 디지코 청사진에 힘을 보탤 주요 주주가 늘어난 셈이다. 내년 3월 구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또다시 외풍에 흔들릴 수 있는 KT에는 든든한 우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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