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두자릿수 늘때 예산은 한자리 증가...이래선 못막는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김지현 기자, 기성훈 기자 | 2022.09.08 09:00

[MT리포트] 코로나 시대 아동학대의 민낯(下)

편집자주 |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증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후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율이다. 2020년 주로 집에만 머물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감춰졌던 아동학대의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충격 그 자체다. 아동학대는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도 있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아동학대 통계를 토대로 아동학대의 현실을 짚어봤다.



'두자릿수'로 급증한 아동학대..'한자릿수' 늘어난 예산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아동학대 판단 사례 역시 20%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COVID-19) 유행 상황에서 집 안에만 머물던 아이들이 지난해부터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동학대 신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동학대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관련 예산 증가율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보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예산의 증가율은 8.3%다. 올해 381억2800만원이던 관련 예산은 내년에 413억500만원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당초 527억9900만원을 요구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예산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거점 심리치료센터 운영 등에 활용한다. 정부는 내년에 10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신설한다. 예산안이 그대로 반영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내년에 105개로 늘어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국가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둔다. 지방자치단체는 학대 받은 아동의 발견과 보호, 치료에 대한 신속처리 등을 위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혹은 시·군·구에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아동학대 예산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분포한다. 요보호아동 그룹홈과 학대피해아동 쉼터 설치 등으로 활용하는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 지원' 예산은 내년에 471억3100만원 편성됐다. 올해(397억400만원)보다 18.7% 늘어난 수치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아동학대의 재발 위험이 높을 경우 분리보호하는 곳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내년에 36개를 신설할 예정이다. 올해까지로 예정된 학대피해아동쉼터는 141개다. 내년에 36개를 신설하면 학대피해아동쉼터는 177개로 늘어난다.

아동학대 예산은 그나마 올해부터 정비가 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는 아동학대 예산을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과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으로 활용했다. 아동학대 주무부처인 복지부로서는 정책수요를 즉각 반영하기 어려웠다.

정치권에서도 아동학대 예산 구조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올해부터 복지부의 일반회계로 아동학대 예산을 일원화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아동학대 예산의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아동학대 증가 추세도 예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대책이 쏟아지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 사후관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예산과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아동학대의 비극을 멈추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이 사건'서 드러난 아동학대 사각지대 찾는 서울시



지난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가 정인이 양부모를 살인죄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동시에 지방 정부의 미비한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로 서울의 아동학대 신고·판단건수는 2017년 이후 감소세였으나,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최고치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7년 2307건에서 2019년 2200건까지 떨어졌던 아동학대 판단건수는 2021년 3421건으로 늘어났다. 아동학개 신고건수도 2019년 3571건에서 2021년 6262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학대 행위자의 80% 이상은 부모였다.

시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5월 아동복지센터를 '아동학대예방센터'로 확대 개편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등의 '아동학대 예방·대응체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추진체계는 물론 신속 대응 및 보호조치 강화, 사전 예방 및 조기발견 체계 구축 등 3개 분야·총 14개 과제로 구성해 경찰·병원 등 유관기관과도 협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는 우선 지난 1년간 기존 79명이던 자치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99명으로 증원하는 등 인력을 늘렸다. 24시간 신속한 현장대응이 가능하도록 각 자치구에 전용 차량과 녹취록 장비를 지원했고, 서울경찰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피해 아동 발견부터 보호까지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그간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피해 아동에 대한 신속한 의료지원을 위해 야간·주말·응급 상황 등 24시간 이용 가능한 광역전담의료기관 8곳을 지정해 운영했다. 시의 아동학대전담의료기관 모델은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시는 또 전담공무원이 현장에서 판정해온 아동학대 여부는 의사와 변호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외상이나 정서적 학대에 대한 판단도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학대 피해 아동의 신속하고 안전한 보호를 위한 아동 보호시설도 기존 8곳에서 10곳으로 확충했다.

아울러 위기 아동 조기발견을 위해 '복지 사각지대'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정례화했다. 지난해에는 서울경창철과 합동으로 최근 3년간(2019~2021년) 2회 이상 신고된 고위험군 아동 총 3만5470명을 조사했다. 이 중 2121건에 대해선 수사의뢰와 학대신고, 복지서비스 연계 등의 조치를 취했다. 최근 1년간 신고됐으나 학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 아동 1719명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실시해 학대신고와 서비스 연계 등 67건의 조치를 실시했다.

시 관계자는 "올 하반기 현재 만 3세 이상의 위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를 만 0~2세 아동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영유아 및 장애아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시보호시설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치구 중심의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지속적으로 확충해 아동학대 대응 및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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