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에 일 벌려놨는데…중소 건설사 무너진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22.09.11 09:15

[MT리포트]자금줄 끊긴 건설업, 시한폭탄 되나②

편집자주 | 부동산 개발 시장이 잠정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부동산 경기는 좋지 않고 공사비 인상, 금리 상승에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돈줄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디폴트 사업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행사, 건설사의 줄도산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5년간 270만호 공급이라는 정부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

#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건설 사업이 시행사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결국 시공사가 보유자금을 통해 이 사업을 떠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업계에선 시공사가 자체 신용을 통해 시행사의 자금 조달을 돕는 경우가 흔하다. 시행사가 추가 자금 마련에 실패하면 공사가 중단되고 시공사는 빚만 떠앉게 된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시공사가 회사 보유한 자금을 동원해 해결에 나선 것이다.

이 사업장은 시공사가 자금력이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대처할 방법이 없어 곧바로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PF 자금줄 끊기자…중소 건설사 같이 무너진다


시행사가 PF를 마련한 사업장도 안전하지는 못하다. 보통 시행사가 PF를 조달할 때 시공에 참여하는 중소 건설사들이 연대보증을 선다. 하지만 분양에 실패해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아 자금 융통에 실패하면 PF 대출을 갚지 못하고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다.

PF 조달에 실패한 시행사, 중소 건설사들은 신탁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신탁사 역시 거절하고 있다. 시행사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사의 자금을 빌리는데, 미분양이 늘어나는 부동산 침체기이다보니 신탁사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198가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752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48가구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PF가 안되니 마지막 남은 신탁사에 문의를 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요청이 들어오는대로 다 받아줄 수 없는 노릇"이라며 "공사비 원가 부분이 잘 잡혀 있는지, 분양을 통한 엑시트 가능성이 있는지 꼼꼼히 심의해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쌓이고 있지만 추석 이후 연말까지 예정된 아파트 분양은 16만2893가구(부동산 R114 집계)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실적(15만7600가구)보다 약 5000여가구 많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만 1만604가구가 분양 대기 중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사진=뉴스1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 확대한 중소업체들.."이미 무너지기 시작"


더 큰 문제는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중소건설사들이다. 시공만 하는 것보다 이윤이 많이 남다보니 중소 건설사들이 시장 호황기에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사업을 많이 벌려놓은 상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떤 상품이든 공급하면 모두 팔리던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대한 중소 업체들이 많다"며 "PF 대출이 끊긴 데다 금리까지 올라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대형사의 사업 외에는 신규 PF는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아예 끊겼다고 봐야 한다"며 "대출을 취급한 증권사에서 최대한 연장을 해주며 부실화를 막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작은 업체들 위주로 부실채권이나 공매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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