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이오기업 가치 '뜨거운 감자'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 2022.09.08 05:35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은 언제나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철저하게 성과 위주의 자본시장에서 현재 보단 미래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이례적 분야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의 주가에도 기대가치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COVID-19) 국내 도입 이후 극명하게 두드러졌다. 백신과 치료제 초기 임상단계 진입만으로 관련 기업의 가치는 몇달 새 수십배까지 폭등했다. 임상 1상에서 품목허가 승인까지 이르는 확률이 8%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평가로 볼 수 있다.

결과는 어떨까. 수십개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여전히 초기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을 포기한 기업들도 줄을 이었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듯 했던 자신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관련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엔 여전히 기대감이 서려있다.

물론 성과도 있다. 결국 자국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세번째 국가가 됐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점유율이 1%대에 불과한 국내 입장에선 고무적 성과다. 하지만 업계가 보였던 자신감과 당시 쏠렸던 기대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잊을만 하면 제기되는 제약·바이오 '거품론'이 재차 고개를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낮은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뚫고,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의 도전을 비난할 수 만은 없다. 전통 제조업 시각에서 다소 무모해 보이는 시도도 업종 내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도전 그 자체만으로 기업가치가 책정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프로 스포츠 구단은 미래 전력으로 낙점한 유망주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한다.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미래자원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구단의 총애를 받던 유망주도 프로 무대에 데뷔하고 나면 철저히 성과로 평가받는다. 잠재력은 더이상 가치 평가 요소에 반영되지 않는다.

유망산업으로 촉망받던 제약·바이오 산업은 어느새 '국가 신성장동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프로 무대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규제 혁신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겠단 정부 지원은 속도와 강도가 더하는 중이다. 더이상 도전정신과 기대감만으론 부족하다. 이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가치를 성과로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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