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구리, 니켈 등 줄줄이 하락…짙어진 침체 그림자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09.06 18:31
구리, 니켈 등 주요 산업금속 가격이 여름 랠리를 끝내고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조업 둔화 우려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현장 /AFPBBNews=뉴스1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P GSCI 산업금속지수는 8월 중순 이후 9% 넘게 떨어지며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감이 고조되던 7월 저점을 향하고 있다.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금속의 현물가를 추종하는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 17% 하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찍었던 연고점에 비해서는 25% 넘게 밀려났다.

가격 움직임이 경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해서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구릿값은 런던금속거래소(LSE)에서 톤(t)당 7650달러 수준으로 일주일여 만에 6% 가까이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거래되는 철광석 가격은 t당 100달러 밑으로 내리며 올해 최고점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졌다.

산업금속 가격이 떨어지는 건 글로벌 수요 둔화가 전면에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베어링스의 클리브 버스토우 천연자원 부문 대표는 "에너지 위기가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하다"면서 "지금 시장의 논쟁은 침체에 빠질지가 아니라 침체가 얼마나 깊을지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리선물 1년 가격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 차단 여파에 5일 유럽의 가스 가격은 10% 넘게 뛰었다. 가스 가격이 오르면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 구매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컨설팅회사 CRU의 피터 길치크 상품 애널리스트는 "수요 파괴가 소비자 측면에서 벌어지면서 금속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둔화 전망도 산업금속 가격에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를 기록, 두 달째 경기 위축세를 이어갔다. 중국 경기둔화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도 철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서부 중심도시 청두와 남부 기술허브인 선전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봉쇄 조처를 내렸다.


달러 강세도 산업금속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속을 비롯한 주요 상품은 대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값이 오르면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에선 상품 구입 시 가격 부담이 커져 수요가 줄어든다. 글로벌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기조에 힘입어 최근 20년래 최고치 수준을 지키고 있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 선에 근접할 만큼 가치가 떨어졌다.

다만 공급 제한 우려로 하락폭은 제한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이유로 산업금속 생산시설이 폐쇄되면서 공급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네덜란드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델은 공장 한 곳의 운영을 중단했고 세계 최대 철강 제조사인 아르셀로미탈도 독일에 있는 2개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산업금속 가격이 앞으로 공급 리스크와 수요 둔화의 힘겨루기 속에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길치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매도는 끝난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몇 주 동안 경기침체 강도와 타이트한 공급 사이에서 불규칙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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