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2020년 10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심각한 장기 손상과 7군데 골절 등으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높였다. 당시 정인이는 생후 7개월째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서울 목동의 양부모 집으로 입양됐는데 이후 271일 만에 사망했다. 상습적인 폭행 등 아동학대가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정인양의 학대를 눈치 챈 어린이집 등이 3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양부모에게 돌려보냈고 결국 참사를 막지 못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정인이 양모에게 징역 35년, 양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좀처럼 분노는 가라앉지 못했다. 이후 '정인이법'이라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정인이법에 따라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면서 종전 최대 무기징역에서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처벌규정이 강화됐다. 여기에 연 2회 의심 신고 시엔 부모 등과 즉각 분리 조치하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권한이 커지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신고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경각심이 생긴 덕분"이라면서 "아동학대 관련 통계가 늘어나는 추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1000명당 학대사례를 보여주는 아동학대 피해아동 발견율도 지난해 5.02‰(퍼밀·1000명당 비율)로 2020년 대비 1‰포인트(p) 상승했다. 아동학대 신고와 판단이 증가하면서 발견율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8.4‰)이나 호주(12.4‰) 등과 비교하면 아직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다만 아동학대 신고가 급증하면서 전담 공무원의 업무부담도 늘어 현장에선 관련 업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그만큼 아동학대 관련 정책을 뒷받침할 행정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련 인력과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행정 측면에서 보면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이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해 전문가 확보가 어려운 만큼 이들을 위한 관련 예산과 인력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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