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교수 "위험한 균열치아, 조기진단으로 치아수명 늘릴 수 있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 2022.09.05 14:11
신수정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 치과대학 보존과학교실 교수.
"이거 대박 날 거 같은데요?"

현직 치과의사이자 치의학 박사인 신수정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 치과대학 보존과학교실 교수는 예전부터 균열치아(cracked tooth)에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균열치아를 손쉽게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건강한 사람도 자주 걸린다는데…치아 균열이 뭔가요


치아 균열은 건강한 사람도 꽤 자주 겪는 증상이다. 이빨에 실금이 가는 현상인데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방치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심할 경우 치아가 쪼개져 뽑아야 한다. 균열치아의 증상 악화를 막으려면 해당 치아 전체를 감싸는 공사(전장관 보철치료 등)를 해야 한다. 일찍 알아채지 못해 균열이 많이 진행된 경우 치료를 해도 수년 안에 발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눈으로 잘 보이지 않으니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의사가 치아 균열이 의심된다고 치료를 권하면 환자는 과잉진료라 느낄 수 있다. 엑스레이를 찍어도 실금이 잘 보이지 않고 지금 당장 크게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치아 균열에 대해 잘 모르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균열치아는 의사와 환자 간 법적 분쟁이 많은 질환 중 하나다.




비싸고 불편한 균열치아 진단, 해법이 있다?


신 교수는 오래 전부터 균열치아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균열치아를 더 많은 이에게 알리기 위해 유튜브 등 여러 미디어에 출연하기도 했다.

실제 신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다른 치과의사보다 균열치아에 대한 검사를 많이 한 편이다. 치아를 메틸렌블루로 염색하고 치과용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다만 치과용 현미경은 가격이 비싼데다 치아를 메틸렌블루로 염색하는 과정에서 염색제가 환자 얼굴이나 옷으로 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신 교수가 올해 1월부터 '정량형광기(큐레이)를 활용한 균열치아의 진단 효능 평가' 연구에 참여한 이유다. 이 연구는 연세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 기업 시범보급 지원사업에 선정돼 연세대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바이오 벤처 기업 아이오바이오가 개발한 정량형광기 '큐레이'(Qray)로 균열치아를 효율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1년간 알아보는 연구다.

큐레이는 구강 질환 조기 진단 의료기기로 형광으로 입 안 세균을 탐지한다. 치과의사의 눈이나 카메라 렌즈, 엑스레이(방사선)로 쉽게 분별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 구강 질환을 파악할 수 있다. 업계에 입소문이 나 전국 2000여개 치과에서 사용하고 있다.

의료진이 큐레이로 촬영한 환자의 균열치아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모니터 안 오른쪽 이빨에 빨간 선이 보여 균열치아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신수정 교수

신 교수는 큐레이를 활용한 균열치아 진단 연구 후반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5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며 "효과적"이라고 단언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균열치아를 큐레이로 촬영하면 구강 내 균열에 세균이 침투한 모습이 빨간색 선으로 확연하게 나타나 육안으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봐도 확실하게 금이 간 모습이 보인다. 환자 역시 자신의 치아에 금이 갔단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신 교수는 "큐레이를 활용하면 치아를 힘들게 염색하고 고가의 현미경으로 살펴보지 않아도 편하게 균열치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정확한 사진 자료가 있으니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균열치아를 설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팀이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관련 환자의 90개 치아를 대상으로 큐레이를 사용한 결과 84개 치아에서 비교적 명확한 붉은색이 표시됐다. 또 균열치아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이 같은 분석 결과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신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큐레이가 균열치아 진단에 유용한 의료기기라고 판단했다.



"실용적이라 해외서도 관심…국제논문 쏟아질 것"


신 교수는 "요새 균열치아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은데 많은 치과의사가 치아 균열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치아 염색제와 현미경을 사용한 균열치아 진단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싸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를 통해 큐레이를 균열치아에 써보니 훨씬 간편하면서 염색 현미경과 큰 차이 없을 정도로 균열 확인이 잘 됐다"며 "특히 큐레이는 연동 소프트웨어로 균열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어 더 실용적인데다 향후 AI(인공지능) 진단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큐레이로 균열치아를 조기에 진단하면 환자의 경각심을 높여 구강관리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설명했다. 그는 "환자가 직접 자신의 치아 균열을 눈으로 보면 자칫하다 깨질 수 있단 위험을 인지하고 스스로 관리를 잘해야겠단 인식이 생겨 자연치아를 좀 더 오래 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 교수는 큐레이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평가했다. 그는 "최근 큐레이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어 2~3년 안에 국제 논문에 더 많이 실릴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균열치아를 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큐레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큐레이는 균열치아뿐 아니라 작은 구강 외상 등을 기록하는 데도 유용하다"며 "균열치아를 치료하려는 치과의사에 대한 법적 보호나 환자 이해를 높이는 데 큐레이가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이거(큐레이) 왜 아직 대박이 안 난 거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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