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원 못 갚자 "아들 가만 안 둬"…저신용자 울리는 '주변' 정체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이용안 기자 | 2022.09.04 08:00

[MT리포트]불법사금융까지...돈줄 찾는 '대출 난민'(下)

편집자주 | 한때 돈이 넘쳤다. 싼 돈을 빌리는게 어렵지 않았다. 금리가 올랐다. 돈이 비싸졌다. 물가마저 올랐다. 서민층은 급하지만 돈을 점점 구하기 어려워졌다. 수천% 불법사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 문제까지 우려된다. 돈을 찾는 '대출 난민'을 들여다봤다.



'이자율 3724%' 불법사채의 덫…"XX야, 아들 학교 찾아간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불법 사금융 집중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압수한 증거품을 상자에 담고 있다. /사진=뉴시스

"45만원 들고 도망간 XX, 니네 가족들 가만 안 둘 테니 조심해라."

불법 사채업자 A씨는 지난해 6월 돈을 빌린 B씨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속해서 협박했다. 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XXX야, 아들 학교 찾아가서 죽여버릴 테니까. 그때 다시 얘기하자"라며 협박했다.

A씨 일당은 이른바 '주변'으로 불리는 소액 불법대출을 주로 했다. 35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이자를 포함해 60만원을 받는 방식이다. 연 이자율이 3724%에 달한다. 이들은 6개월간 489번에 걸쳐 220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 명목으로 1363만원을 가로챘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 25.7% 증가...2주 사이 원금 2배로 늘어


저신용·저소득의 금융취약 계층이 불법사금융의 늪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 제외) 관련 피해 상담·신고건수는 9238건으로 전년보다 25.7% 늘었다.

미등록대부 업체 관련 신고가 41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금리 △대부광고 △채권추심 순이었다. 고금리와 채권추심 관련 신고는 전년보다 각각 85%, 49.8% 급증했다.

불법사금융 피해로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을 신청한 건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신청자는 1200명으로 전년보다 89.9%, 채무건수 5611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20~30대 비중이 전체 신청자의 68.3%를 차지한다. 20대에서 전년대비 증가폭이 가장컸다. 특히 6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전체의 20.2%로 전년보다 4.8배 증가했다.

불법사금융 금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불법사채 피해자들의 거래내역 2933건을 분석한 결과, 연환산 평균 이자율은 229%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1302만원이고, 평균 거래기간은 72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주변'으로 불리 소액 불법대출이 성행한다. '30-50', '50-80 주변'으로 불린다. 일주일 단위로 변제해야 하는데, 갚지 못하면 '연장비'라고 불리는 연체이자가 붙는다. 30만원을 빌리면 일주일 뒤 20만원을 붙여 50만원을 갚는 식이다. 상환일을 늦추면 10만~20만원의 연장비가 붙는다.

30만원을 빌려서 한번 제대 갚지 못하면 60만~70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2주 사이에 상환금액이 원금의 2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소액으로 얕잡아보고 받았다가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대출'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족·지인까지 협박...제공된 개인정보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도

불법사금융의 덫에 걸리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들까지 고통받는다. 사채업자들은 돈을 빌려줄 때 개인의 신상정보와 함께 가족, 지인들의 연락처까지 받는다.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가족, 지인에게 전화해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로 협박하고, 집이나 직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또 다른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 돈을 빌리면서 제출한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등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피해자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개통(구입)해 이를 다시 판매하기도 한다. '내구제(내가 스스로 구제한다는 의미) 대출'로 불리는 불법대출에도 활용되는 방식이다.


'내구제 대출'은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수백만원의 안마의자 등을 피해자가 렌트하는 방식도 쓰인다. 초기 비용 없이 피해자가 렌트 계약해서 물건을 받으면 이를 불법사채업자가 팔아넘기고, 그 금액 중 일부를 빌려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피해가 커지자 처벌 수위 강화를 추진 중이다. 금융기관 대출 사칭광고에 대한 징역형을 신설하고, 서민 대상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한 검찰의 구속·구형 기준 등 강화를 검토 중이다. 범죄수익도 적극적으로 몰수·추징보전할 방침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담당했던 대부업 상당수가 신용대출 영업을 포기하면서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을 찾고 있다"며 "불법사금융 검사를 대대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불법사금융의 범위조차 모호하다"고 말했다.



연체이력 있어도 OK…'최저신용자 특례상품' 금리·한도는?




다음달 신용점수 하위 10%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이 출시된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거절당했고, 연체이력이 있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올해 공급하기로 한 서민금융상품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 불법사금융에 손을 대기 전에 관련 상품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3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근로자 햇살론', '햇살론15' 등 정책금융상품의 공급규모는 2조8000억원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리상승기를 맞아 취약계층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해 서민금융상품 공급을 10조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취약계층이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각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공급하는 '새희망홀씨'다. 새희망홀씨는 연 소득 3500만원 이하거나 4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점수 하위 20%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0.5% 이하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소득만 있다면 직장인, 개인사업자 구분 없이 모두 신청 가능하다. 다만, 새희망홀씨는 은행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운영하는 만큼 심사기준이 다른 서민금융상품보다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에서는 햇살론15도 신청받고 있다. 신청조건은 새희망홀씨와 같지만, 대출금리가 15.9%로 높고 한도는 700만원으로 낮다. 다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대면 상담을 거치면 한도가 1400만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하는 고객은 매년 1.5~3.0%포인트(p) 금리 인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햇살론15는 서민금융진흥원의 100% 보증상품이다보니 새희망홀씨보다 심사 요건을 덜 깐깐하게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 상호금융에서는 매월 고정수입이 들어오는 직장인을 위한 근로자 햇살론을 신청받고 있다. 신청조건은 새희망홀씨와 햇살론15와 같지만,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금리는 10.5% 이내고 대출한도는 1500만원이지만,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2000만원으로 한도가 늘었다.

다음달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도 새로 출시된다. 2400억원 규모로 공급되며, 연 소득이 4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점수가 하위 10% 이하인 차주가 대상이다. 과거 대출 연체이력으로 현재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도 신청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15.9%이고, 대출한도는 최대 1000만원이다.

만 34세 이하 청년이라면 '햇살론유스'를 통해 3.5% 금리로 최대 1200만원을 받을 수도 있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대학생도 신청이 가능하다. 취업을 했다면 연 소득이 3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지난해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전에 금리 20%가 넘는 대출을 받았던 차주라면 '안전망 대출Ⅱ'를 통해 2000만원 한도로 17~19% 금리로 대환이 가능하다. 또 영세자영업자라면 창업과 운영자금, 생계자금 등을 '미소금융'을 통해 받을 수 있다.

만약, 불법사금융 이용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채무자 대리인·소송 변호사 무료지원' 제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법추심피해를 받는 피해자는 불법사금융신고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신청하면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 대리와 소송을 지원받는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20%)를 넘어선 이자를 취하는 대출은 모두 불법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이 제도를 신청한 채무자는 12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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