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대책'에 큰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쁜임대인 명단 공개,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권한 등 세입자 보호 장치가 마련됐지만 임차기간 중에 집주인이 바뀐다면 다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나쁜임대인'으로 바뀐 사실도 모른 채 피해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나쁜임대인 명단 공개,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권한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대책'을 발표했다. 세입자는 내년 1월 구축되는 '자가진단 안심전세앱'을 통해 전세계약 전, 악성임대인명단 등 임대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집주인에게 '체납사실·선순위 보증금' 등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세입자가 이 전세계약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장치를 둔 것이다.
임대인이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체납세금이 많다면 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장치들이 임차기간 중 집주인이 변경될 때는 적용되지 않아 전세사기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전세사기는 대부분 중간에 집주인을 변경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엔 세입자가 보호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가영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1000건, 2000건씩 터지는 건들은 대부분 임차기간 중에 집주인이 자력이 없는 사람으로 변경되는 사고들"이라며 "집주인이 변경된 경우에는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의 정보를 안다고 해서 예방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현행법 상 집주인이 변경된 사실을 세입자에게 통보하거나 매매계약에 세입자를 참여시킬 의무는 없다. 작정하고 매매사실을 숨긴다면 세입자는 집주인이 변경된 것을 계약만료·갱신 시점에나 알게되는 것이다.
집주인이 나쁜임대인, 세금체납자로 변경된 줄 모르고 계속 거주하다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집주인이 변경돼도 세입자의 대항력은 유지되기 때문에 일부는 대응할수 있겠지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통해 대항력을 갖췄더라도 부동산에 부과되는 국세·지방세와 임금채권은 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되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보증금 전액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수도 있다.
국토부도 이런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험성까지 제도로써 보장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주인 변경 사실 통보를 의무화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임대차법이 민법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부분이서 의무를 둔다고 해도 처벌로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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