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안 시키겠다"던 바이든이 '현대차의 꿈' 깼다고 평한 외신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09.02 13:01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현대차·기아가 최대 희생양이 됐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 순위 2위에 오르며 도약에 나섰지만 현지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산 전기차를 구매 옵션에서 제외하는 등 판매 모멘텀 상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BBNews=뉴스1
지난달 16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지만 그 대상을 북미산 전기차로 한정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수혜를 받지 못해 차별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1일 "미국의 새 전기차 보조금 규정, 현대차·기아 꿈을 깨뜨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IRA 시행으로 가장 잃을 게 많은 회사는 현대차·기아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도약에 나선 상황이었다. 두 회사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긴 주행거리를 내세우며 올해 1~7월 미국에서 3만9000대 넘는 전기차를 판매해 포드,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판매순위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판매 모멘텀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두 회사가 아직 북미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 이들의 전기차 야망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업계 및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라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IRA 보조금 지급 조건에 부합하는 전기차는 현재 포드와 BMW 등 20개 모델뿐이며 내년부터는 GM과 테슬라 모델도 포함된다. 토요타 역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미미해 당장의 큰 타격은 없다.


현대차는 이미 현지에서 이 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로리다의 자동차 딜러인 앤드루 디페오는 로이터에 "모든 조건이 똑같은 상황에서 한 대는 7500달러 세금 공제를 받고 한 대는 받지 못한다면 나 같아도 현대차가 마음에 들어도 세금 공제를 받는 차를 살 것"이라면서, 새 차를 알아보는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현대차의 전기차를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특히 3개월 전 55억달러를 들여 조지아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는 것을 포함해 미국에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의 실망이 크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대차의 결정에 감사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대차 관계자는 로이터에 "우리의 미국 전기차 공장 계획은 현지 시장 성장에 따라 보조금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새 규정은 우리에게 부정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현대차는 우선 조지아 전기차 공장 착공을 올해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애널리스트들은 모멘텀 상실에 따른 판매 감소를 예상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IRA 시행으로 현대차가 입을 피해액을 추산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현대차·기아가 미국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비용 증가를 감수하고 인센티브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보조금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 대표단은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했다. 대표단은 현대차의 북미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해당 조항을 유예하고, 최종 조립국 기준을 북미뿐 아니라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파트너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마이크론의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 소식에 환영하며 전기차, 반도체 등 중요한 소재들을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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