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과 대부업에서도 밀린 취약계층은 불법사금융(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곳곳에서 불법사채가 늘어난 신호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나서 "불법사금융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금융이 아닌 사회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문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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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신용 은행은 줄고, 저축은행은 늘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말과 비교하면 저축은행의 가계신용 잔액은 52.2%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대출에 한계가 온 사람들이 2금융으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4월 기준 다중채무자(451만명)과 다중채무액(598조9000억원)은 2019년 말보다 각각 4.1%, 13.8%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계 재무상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까지 겹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돈이 들어올 일보다 나갈 일이 더 많아지자 대출로 돌려막기를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피해가 큰 자영업자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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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금융, 저신용자 대출 여력 바닥...지난해 불법사금융 상담·신고 26% 증가━
결국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불법사채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2018년 최고금리 인하(27.9%→24%) 당시 4만~5만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는 금리 상승까지 겹쳐 더 많은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대부업 이용자(112만명)가 11만명 줄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 제외) 상담·신고 건수는 9238건으로 전년보다 25.7%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사채와 관련된 접수는 85% 급증했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에서 조달금리가 오르다 보니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저신용자 중심으로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또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금융권의 조달비용 상승, 경기침체 등이 맞물린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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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시스템 문제, 윤석열 "불법사금융 뿌리뽑아야"━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사금융 이용증가는 사회적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한 불법행위와 범죄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한 행정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금리 상승세에 편승한 불법사금융 피해 확산 우려가 크다"며 "감당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고금리와 채권 추심으로부터 서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고 말하며 대책 강구를 요구한 이유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불법사금융척결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불법사금융 단속과 함께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금융지원 방안을 강화하고 피해 구제를 위한 법률지원을 병행할 계획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과 보호를 두텁게 해줄 필요가 있다"며 "선별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복지로 접근해 아예 주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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