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윤창호법' 결국 위헌 결정…헌재 "형벌비례원칙 위반"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 2022.08.31 16:18

[theL] '자동차 음주운전 가중처벌' 윤창호법 이어 효력 상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28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동 해상에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6천톤)이 광안대교와 충돌해 대교 구조물이 일부 파손 됐다. (독자제공) 2019.2.28/뉴스1
선박 음주운항 재범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한 '바다 위 윤창호법'의 일부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해사안전법 104조의2 2항 중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한 운항자' 부분에 대해 31일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음주운항 재범자에 대해 적용되는 해사안전법상 가중처벌조항은 효력을 잃었다. 다만 조항 중 해상 '음주측정거부' 재범자에 대한 부분은 이번 심판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일단 효력이 유지될 전망이다.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는 2019년 2월28일 출항신고 없이 부산 용호부두를 출발한 뒤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사고원인은 선장의 음주운항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5톤 이상 선박을 음주상태로 운항하다 적발된 사람은 횟수와 상관없이 3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만 처벌될 수 있었다.

국회는 씨그랜드 사고를 계기로 해사안전법을 2020년 1월 개정해 음주운항·음주측정거부에 대한 처벌기준을 세분화했다. 특히 재범에 대해선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으로 최고형량을 대폭 상향했다.


개정안은 '바다 위의 윤창호법'으로 불렸다. 자동차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재범자와 음주운전 사상사고 유발자를 가중처벌하도록 2018년 11월 신설·개정된 '윤창호법'에 빗댄 별명이다.

윤창호법의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재범자 가중처벌조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위헌 결정이 내려져 효력을 상실했다. 당시 헌재는 해당 법조항이 과거 범행 시점을 가리지 않고 재범이기만 하면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의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판시했다.

다수 재판관들은 이날 바다 위의 윤창호법에 대해서도 위헌을 결정하며 윤창호법 심판 당시 결정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중한 형벌이 일시적으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결국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겨 범죄예방과 법 질서 수호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위헌 결정에 대해 반대의견을 남겼다. 두 재판관은 또 '만취상태에서 대형 해상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입법자의 결단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창원지법 진주지원이 제청했다. 이 법원에서 무면허 선박 승무와 음주운항 재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제청 신청인 A씨에게는 가중처벌조항이 아닌 일반처벌조항이 적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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