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MZ세대 노동관

머니투데이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 2022.08.30 02:05
양지훈 변호사
최근 MZ(밀레니얼, Z)세대 공무원들이 열악한 직무환경이나 낮은 보상에 실망해 조기퇴직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다른 한편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근로자들 역시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기보다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주변에서 이직을 통해 연봉이 급상승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을 받아 부를 일군 사례를 접하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 MZ세대에게는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가 지금의 4, 50대 근로자들보다 훨씬 낮아보인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이직하고 더 나은 보상과 일을 추구하며 자신과 맞지 않는 일터는 아예 거부하는 방식으로 노동 시장을 이탈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다른 특징도 있다. 이 세대에게 일이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닌 자기표현의 한 방식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어떤 회사에 다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 2020년 기준으로 3년 이하 근로자의 이직경험 비율이 10년 전보다 약 30% 상승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MZ세대의 노동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잡코리아 자료 참고).

MZ세대가 주로 참여하는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 역시 이들 세대의 노동관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들이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란 생업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주 소득을 얻기 위한 직업이 아니므로 메인(main)이 아니고 사이드며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으니 프로젝트(project)로 불린다. 이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추가 소득의 기회를 얻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찾고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최근 이러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아예 주요 사업으로 정한 스타트업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회사가 론칭한 서비스에 참여하는 자들이 이미 한 달에 1만명을 훌쩍 넘겼고 매일 수십 개 프로젝트 소개글이 올라왔으며 유저들은 서로의 작업에 열심히 호응해주고 있었다. 이제 막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포스팅들이 있었고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함께 풀자며 의견을 요청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그중 한 창업자의 인상적인 글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할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책을 참고삼아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는데 삶의 우선순위 매기기의 어떤 기술적 비법을 깨달았다고 했다. 다른 소셜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동하는 인간, 일과 삶을 확장하고자 하는 자들의 기쁨과 슬픔이 서비스 곳곳에서 묻어났다.


기성세대로서 이들의 열정과 젊음이 부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들의 노동과 삶의 조건이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정규직 근로자로 하루 8시간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직무로의 전환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위해, 새로운 네트워킹을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는 일상이란 얼마나 고단한 것인가.

근대 자본주의는 인간을 노동하는 자로 정의하며 노동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왔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노동으로만 구성된 존재가 될 수도 없다. 우리 인생은 노동 밖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날아온 또다른 뉴스는 이런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미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한 관둠'(Quiet Quitting)이라는 유행이 확산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MZ세대가 저항하기 시작했다며 불안정하고 경쟁적인 노동환경에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되찾겠다는 집단적 의지를 지적하는 해석이 덧붙여졌다. 조용한 관둠 '운동'은 인간이란 노동과 함께 노동 밖에서 인생을 향유할 수 있는 것들로도 채워져야 하는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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