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슬기로운 예대금리차 공시 사용법

머니투데이 이학렬 금융부장 | 2022.08.30 05:02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 / 사진=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캡처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됐다. 자신의 신용점수를 알면 대출금리를 가늠해볼 수 있다. 기본금리와 최고 우대금리 외에도 평균 금리를 공시해 예금이자를 더 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순서대로 정열되지 않는 등 보기가 어렵지만 이전보다 정보가 풍부해졌다.

특히 예대금리차가 새롭다. 한마디로 어느 은행이 '이자장사'를 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은행은 전북은행(6.33%)이다. 토스뱅크(5.6%), 케이뱅크(2.46%), 카카오뱅크(2.33%)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높게 나타났다. 5대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1.62%로 가장 높았다.

은행들은 즉각 반발했다. 장사 잘하는게 잘못은 아님에도 '평판' 때문이다. '평균의 함정'을 지적했다. 중저신용자대출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해 평균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해명한다.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도 평균 예대금리차가 커진다. 모두 맞는 말이다. 제도 시작 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금융당국은 신용점수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평균의 함정' 외에도 대출과 예금상품을 알아보려는 소비자에겐 예대금리차가 큰 의미가 없다. 예금금리가 높고 대출금리가 낮아야 예대금리차가 적어지나 예대금리차가 가장 적은 은행이 반드시 대출금리도 가장 낮은 건 아니다. 가계예대금리차가 가장 적은 부산은행의 평균 가계대출금리는 3.87%로 산업은행, 경남은행에 이어 3위였다.

은행별 일반신용대출 대출금리 및 예대금리차 /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캡처
슬기로운 소비자라면 예대금리차보다는 각각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에 집중한다.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예로 들어보자. 은행은 고신용자가 주로 이용해서다. 5대 은행의 7월 집행된 신용대출(일반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하나은행 919점 △우리은행 919점 △신한은행 916점 △국민은행 916점 △농협은행 902점 등 모두 900점이 넘는다. 주담대와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이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높다.

구체적으로 신용점수가 901~950점인 고신용자를 가정하면 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하나은행(4.48%)이다. 그 다음이 케이뱅크·수협은행(4.71%), 국민은행(4.75%), 우리은행(4.77%) 순이다. 5대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5.22%), 농협은행(5.05%)이 비교적 높지만 지방은행인 전북은행(7.34%), 대구은행(6.09%), 경남은행(5.85%)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인터넷은행 중에선 케이뱅크가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했으나 카카오뱅크(5.09%)와 토스뱅크(5.26%)는 기대 수준보다 높았다.


우대금리 적용 여부 등에 따라 실제 소비자가 받는 금리는 다르겠지만 7월 수치만으로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대출금리 매력은 크지 않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했다"라고 항변하겠지만 특정 신용점수에는 이같은 해명이 통하지 않는다.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해줬다고 고신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이자를 받는 게 정당화되진 않는다. 신용대출을 원하는 고신용자라면 5대 대형은행을 찾는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가능성이 높다.

예대금리차 공시 목적의 하나는 분명 금리경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대출금리를 너무 과도하게 올리는 문제를 통제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시 이후 대출금리를 낮추는 은행들이 생겼으니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슬기로운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적어도 가계대출에선 대형은행 집중화와 지방은행의 몰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역(은행)별 대출금리 차이도 우려된다. 저신용자 대출 확대도 좋지만 고신용자에게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들의 이중성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공시되지 않는 항목 뒤에 숨어 많은 이득을 보는 은행을 드러낼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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