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시장, 상장문턱 두드리는 의료AI 대어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22.08.29 05:09

[종목대해부]의료메타버스 장관상 3관왕 메디컬아이피, 알츠하이머 뇌파진단 솔루션업체 아이메디신 주목

편집자주 |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최근 증시에서 의료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가 의료현장을 덮치며 부상한 비대면 진료시스템의 핵심을 의료AI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진료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설비로 많은 환자를 관리할 수 있고 전염병 확산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염병이 아니어도 의료취약계층, 오지지역 환자들의 접근성 및 편의성 향상같은 장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정부에서도 의료정보와 디지털 헬스케어사업육성에 적극적이다. AI·디지털·의료정보 등을 기반으로 하는 신사업을 지원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대기업의 행보도 빨라졌다. SK그룹은 최근 의료AI 기업들과 사업협력을 위한 '의료AI 얼라이언스(Alliance)' 협약(MOU)을 맺었고 직접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7년 AI의료기기 시장규모가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만 연평균 42%에 달한다.

아쉬운 점은 의료AI 기업 가운데 상장업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딥노이드, 뷰노 등 일반 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기업이 손에 꼽는다. 그나마 얼마 전 상장한 루닛이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의료기업의 투자 및 협업을 통해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케이스로 주목받는 정도다. 투자수요에 비해 구축할 수 있는 의료AI 풀이 너무 적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도 올 연말부터는 이런 투자갈증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의료AI업계의 고래로 꼽히는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초 상장할 의료AI기업들이 수두룩한데 메디컬아이피와 아이메디신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공교롭게 서울대학병원 출신 의료진들이 설립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서울대병원 원내벤처 1호 메디컬아이피, 기술특례상장 추진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왼쪽)가 유럽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의료AI 기술현황을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메디컬아이피
메디컬아이피는 서울대병원 원내 벤처(SNUH Venture) 1호 기업이다. 디지털 트윈 기반 의료 AI 솔루션 기업으로 최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기술보증기금과 한국평가데이터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해 연내 예비심사 청구서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메타버스, 증강현실(AR) 의료부문의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AI 대표기업이다. COVID19 폐렴의 AI 기반 자동 CT 분석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전세계에 배포해 각국 의료기관의 러브콜을 받았다.

글로벌 IT 리서치사 가트너(Gartner)가 발간한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Digital Care Delivery Including Virtual Care, 2022)'에서 5년 연속 Sample Vendor(참고기업)로 선정되는 등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이목을 톡톡히 받고 있다. 하이프 사이클은 다양한 첨단 기술 요소의 촉발과 도입부터 성숙도, 채택, 사회적 적용 등 기술의 성숙도를 나타내기 위해 고안된 지표로, 가트너는 매년 산업 영역별 하이프 사이클 리포트를 발간해오고 있다.

메디컬아이피는 디지털 의료 분야 리포트에서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참고기업으로 선정돼 의료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입증했다. 5년 연속(2018~2022) 선정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기업으로서도 이례적인 성과다. 의료영상 분석과 관련해 지니고 있는 AI기술은 손꼽히는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출신인 박상준 대표가 맡고 있는데 의료 현장에서 쌓인 노하우와 정보가 가장 큰 강점이다. 메디컬아이피는 CT, MRI 등 의료영상을 활용해 모든 종류의 인체 내 해부학적 구조물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이를 3D프린팅하는 독보적 해부학 모델 제조 역량을 지니고 있다.

의료영상 기반 디지털트윈을 AR, VR 기술로 확장해 3차원 메타버스에 구현한다. 가상공간에서 해부학 실습교육, 술기 향상훈련, 치료를 위한 수술내비게이션을 가능케 하는 의료메타버스를 선도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에 AI, VR·AR, 3D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솔루션을 개발해오고 있다. 조달청 혁신제품으로도 지정됐다.

장기이식이나 종양제거수술이 예정된 환자들은 의료진이 시뮬레이션 수술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수술 성공률이 엄청나게 올라간다는게 현장의 평가다. 사람마다 키와 몸무게, 얼굴, 머리색, 피부톤 등 신체적 특성이 모두 다르듯 심장, 간, 폐, 신장 같은 장기도 크기부터 혈관모양까지 모두 다르다. 특히 장기내부에 생긴 종양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 의료진들이 CT나 MRI 같은 영상으로 생각한 머릿속 이미지에 따라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상, 증강현실에서 환자 장기영상 실제처럼 재현, 모의수술 해부학 교육 등에 활용



유럽 최대규모의 영상의학회인 ECR 관람객이 메디컬아이피의 디지털트윈 서비스를 시연해보고 있다/사진제공=메디컬아이피
메디컬아이피는 VR·AR(가상, 증강현실)에서 환자의 장기모양은 물론, 혈관과 종용모습까지 실제 그대로 구현해 제공한다. 시뮬레이션 수술 뿐 아니라 의대생들의 해부학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든 실제 장기모형도 많이 제작하고 있다. 실리콘 재질의 혼합 재료로 만들어져 실제 간이 지니고 있는 촉감과 탄력까지 재현했다. 메스를 댄 모의수술도 가능하다. 외과,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임상병리과 등에서 10년 이상 연구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한 결과물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의 의료영상을 토대로 인체 장기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이를 확장현실(XR)과 접목해 증강현실로 구현하거나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상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기술이 차별화된 포인트로 보고 있다"며 "의료기술 향상, 수술 내비게이션 등 의료 전주기에 적용돼 영상의학의 활용 영역을 대폭 확장할 수 있는 만큼 확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디컬아이피는 환자의 인체 내부 정보를 디지털 트윈화하고 메타버스에 구현하는 다수 의료 플랫폼의 상용화를 완료했고, 국내 최초 '의료 메타버스' 기반이 되는 'MEDIP PRO AR' 기술이 식약처 인증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메디컬아이피는 3차원 가상현실 공간에서 1000여 가지의 해부학 구조물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메타버스 아나토미 테이블 'MDBOX'를 선보이기도 했다. 효용성이 낮은 해부실습용 사체(Cadaver)를 대체할 교육 솔루션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MDBOX는 최근 다수 의과대학과 공급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수상이력도 화려하다. 디지털 트윈과 의료 메타버스 분야에서의 독보적 성과 및 차별화 경쟁력을 인정받아 올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는데, 앞서 과기부 장관상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도 받은 바 있다.




알츠하이머 진단하는 뇌파측정 AI기술로 유명세탄 아이메디신


아이메디신 뇌파측정기/사진제공=아이메디신

아이메디신은 강승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설립한 기업이다. 치매로 익숙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는 뇌파측정AI 기술로 유명하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할 수 있는 단일 임상 검사방법은 없다. 환자와 보호자와의 문진을 통해 인지기능, 이상행동, 일상생활능력 등 1차검사 이후 장애가 의심되면 MRI, CT, 뇌척수액 검사등의 병리검사를 종합적으로 실시하는 방식으로 확인한다.

이후 뇌신경질환, 종양 등의 가능성을 배제한 후 전문의 판단으로 최종 진단이 이뤄진다. 모든 검사방식이 확진이 아닌 보조적인 진단 방식이다. 아이메디신은 뇌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해왔다.

연령별, 성별마다 다른 뇌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한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도 개발했다. 치매 조기진단 및 알츠하이머병 진단 솔루션을 개발한데 이어 뇌파분석 기반 신경정신질환 진단까지 수행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성별 및 연령 별 건강한 사람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 알고리즘으로 클라우드에서 바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퇴행성 뇌질환의 진단기술을 넘어서 뇌졸중에 대한 진단 및 디지털 치료기술까지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아이메디신은 근적외선 LED를 이용한 광자극 뇌신경치료기술 사용화에 주력해 왔으며 올해 초 뇌파 측정과 근적외선 광자극기능이 일체화된 헬멧형 기기를 선보여 CES 2022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이메디신은 지난 5월 서울대병원 신경과와 뇌졸중 환자의 뇌파기반 뇌 매핑 기술 개발 및 광자극치료 전략 수립을 위한 공동연구와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아이메디신의 뇌 스캔 제품은 상용화까지 진입했다. 웨어러블 제품 '아이싱크웨이브'는 세계 3대 디자인 대회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제품은 고품질 뇌 스캔 기술을 탑재한 QEEG(뇌전도, 뇌파 검사) 헤드셋으로 국내 병원, 연구기관, 치매안심센터 및 해외 뇌 개발기관, 스포츠클럽, 난민 치료센터 등에 도입된 바 있다. 신경학, 심리학 및 멘탈 헬스케어 분야에서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한 벤처캐피탈(VC) 임원은 "의료AI기업의 경우 상장된 기업들이 많지 않고 새로 시장에 부상하는 섹터라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 2~3년 동안 등장한 의료AI는 아직 시장에서 이러한 각 영역별 구분없이 회사를 전체로 보고 있는데 상장기업이 늘어나면 각 영역을 구분해 분야별 1위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인 진단AI 기업에도 루닛을 비롯해 뷰노, 제이엘케이 등이 있지만 루닛처럼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하는 1위 업체는 진단AI 2, 3위 회사와 밸류에이션 차이가 많이 생긴다"며 "특히 최근 한국의료기기 업체들의 기술력이 가파르게 올라가며 구글과 애플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AI 심전도 측정기 개발업체인 휴이노의 경우 유한양행이 주요주주로 참여했고 글로벌 의료기기 1위기업과 공급계약이 논의되는 등 의료AI 기업들의 잠재력이 예상보다 엄청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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