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예대금리차 공시 두고 은행권 "부정확, 불충분"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 2022.08.27 06:03
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지난 22일 시작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를 두고 은행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충분하게 제공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게 '나쁜 은행' 순위로만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고, 잘못된 편견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비교공시 직후 대응 논의에 돌입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24일부터 대출금리를 내렸다. 우리은행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고, NH농협은행은 수신금리 인상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의 발빠른 대처는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은행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국면에서 은행만 돈을 잘 벌었다는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은 '나쁜 이자 장사꾼'이 된다"며 "은행은 신뢰가 생명이라 대책을 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의 정책 목표가 '금리 정보 제공'이라는 점이다. 은행권은 소비자가 상품 가입을 고려할 때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사실상 없다고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는 은행이 아니라 개별 상품을 비교하고 상품에 가입한다"며 "전체적인 대출금리와 수신금리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출금리와 예·적금 금리를 따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금리 비교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예·적금 금리는 은행별로 각자 고른 대표 상품만 공시하도록 해서 전체 상품의 금리를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신용대출은 신용점수를 알고 있다면 어느 은행에 가는 게 유리한지 참고할 수 있다.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을 나쁜 은행으로 보기 애매하다는 문제도 있다. 전체 은행 중에서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은행은 전북은행이다. 전북은행의 예대금리차는 6.33%포인트인데, 이는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공급해서다. 전북은행의 신용대출 기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 777점이다. 예대금리차가 1%포인트대인 5대 은행은 평균 신용점수는 900점 이상이다.


비저축성 상품도 예대금리차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토스뱅크는 예대금리차가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큰 5.65%로 나타났다. 1억원까지 2% 금리를 주는 요구불예금이 사실상 주력 수신 상품인데, 예대금리차 계산에 반영이 안 됐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입장에서 자산 관리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저축성 상품만 포함해야 한다고 하지만 업계는 토스뱅크의 요구불예금이 저축성 상품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은행이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예대금리차가 높게 산출된다. 농협은행은 특수은행 성격이 있어서 정책성 단기예금 등 공공 자금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많이 예치한다. 공공기관이 잠시 자금을 보관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금리는 낮게 책정되는 편이다. 기업까지 포함한 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5대 은행 중 가장 높게 나온 배경 중 하나다.

은행권은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에 혼란을 준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가 은행별 특성이나 장점을 가리고 있다"며 "예를 들어 중·저신용자에 대한 혜택이 많은 은행인데도 나쁜 은행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소비자가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정책 상품 공급이나 취약 차주 지원에 미온해지고 고신용자 중심의 영업에 집중할 수 있다"며 "수신금리를 무리하게 인상하는 은행도 나올 텐데 결국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대출금리 인하는 한시적일 뿐"이라며 "순위는 매달 변동돼 의미가 없어지는 가운데 부작용은 점차 표면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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