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3년간 주벨기에EU대한민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한 김문식 공정위 과장은 최근 출간한 'EU 경쟁법의 이해'에서 이 같이 의견을 밝혔다.
참사관으로 유럽 현지에서 EU 경쟁당국의 경쟁법 집행, 경쟁정책 수립 과정을 직접 경험한 김 과장은 책 말머리에서 "저자의 경험을 국내에 있는 우리 기업, 정책 입안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전파해 EU 경쟁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집필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저서에서 EU 집행위원회가 운영하는 '국가보조금 심사제도'를 "EU만의 독특한 제도"라고 소개하고 한국 기업이 특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저서에 따르면 EU는 27개 각 회원국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려 할 경우 사전에 EU 집행위원회에 신고해 심사·승인을 거쳐야 한다. 해당 승인을 받지 않고 지급한 보조금이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경우 회원국에 해당 기업으로부터 보조금을 환수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4년 아일랜드가 기업 유치를 위해 미국 애플에 과도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했다고 보고 130억유로(한화 약 17조원)을 환수하도록 했다. 이후 애플의 소송 제기에 따른 EU 일반법원의 취소 결정, EU 집행위원회의 상고를 거쳐 현재 EU 사법재판소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경우 EU 회원국 낙후지역 투자 유치를 위해 지급하는 '지역투자보조금'과 관련해 심사를 받고 있는 사례가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설립·운영 중인데, 이와 관련해 8월 현재 EU 집행위원회가 헝가리 정부의 보조금 지원 계획에 대해 심층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과장은 저서에서 "조사 결과 불승인 결정이 내려질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공장 건설 등 투자가 시작된 상황에서 당초 회원국으로부터 약속받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경쟁법 차원의 국가보조금 규제는 세계에서 EU가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규제에 친숙하지 않은 우리 기업은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중순부터는 '역외 보조금 심사제도'가 추가로 시행될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EU 회원국이 아닌 제3국으로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은 역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관련 규제 법안이 8월 현재 유럽의회 등의 심의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해당 법안은 역외 기업이 일정 요건하에 EU 기업을 인수하거나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경우 EU 집행위원회에 신고해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신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역외 기업이 제3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EU 시장 경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의심될 경우 EU 집행위원회가 직권 조사를 할 수 있다.
김 과장은 "기업은 우리 정부나 제3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이 있는지, 있다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평상시에 주기적으로 파악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 과장은 저서에서 EU의 △기업결합 심사제도 △카르텔 규제 △독점력 남용 규제 등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이 유의할 사항을 제시했다. 김 과장은 "EU는 보다 강화된 형태의 유럽 통합을 지향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단일시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강력한 경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EU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우리 정부 모두 경쟁정책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