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좁다, 나 죽으면 화장해라" 장학퀴즈 아저씨의 유산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22.08.26 09:42

SK ESG 씨 뿌린 최종현 선대회장 27주기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고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사진=SK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다.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장학퀴즈가)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없이 지원하겠다."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SK가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2대에 걸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금자탑을 쌓아올리고 있는 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 최태원 현 회장 부자가 26일 선대회장 27주기를 맞아 새삼 재조명된다.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했다. 현재 SK ESG경영의 틀을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태원 회장이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모델 혁신 등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이 유지를 물려받은 것이다.

선대회장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오해를 막으려 일부러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를 사들였다.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50년 전 민둥산은 지금은 4500ha 걸쳐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심은 나무는 장학금이 됐다. 경영이 어려울때도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은 모두 장학금으로 썼다. 나무가 자라는 동안은 사재를 썼다. 1974년 당시로는 적잖은 돈인 5540만원을 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매년 유학생을 해외로 보내고, 공부하고 와서는 우리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는 등 조건도 달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해 배출한 장학생만 4000명. 그중 박사가 820명이다.


장학퀴즈는 선대회장이 공을 들인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될 상황에 처하자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단독 광고주로 나섰다. 이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가량 후원하고 있다.
1973년 2월 장학퀴즈 방송 장면./사진=SK
체계화된 경영시스템도 도입했다.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시켜 적용할 수 있도록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 Management System)을 정립했다. 경영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던 시절 SKMS는 경영관리 요소와 일처리 방식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대회장의 발자취를 얘기하며 장묘문화 개선을 빼놓기 어렵다. 그는 선대회장은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사후 화장한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지금 세종시 땅에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선대회장의 철학은 아들인 최태원 회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아예 ESG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원을 삼고 경영체질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SK는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문한 뒤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조직한 뒤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전기차배터리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중이고 과거 필름 회사였던 SKC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그린 기업으로 전환했다.

최 회장이 직접 챙기는 거버넌스스토리 역시 선대회장 철학의 확장판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8월 SK㈜ 이사회에서 최 회장이 반대표를 던진 해외투자 안건에 나머지 이사들이 찬성해 해당 안건이 가결된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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