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의 외환보유고 총액은 올해 1∼6월 3790억 달러(509조원) 줄어들었다.
JP모건은 "외환보유액이 큰 중국과 중동을 제외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뺐을 때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2008년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신흥국들도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고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외화 유출과 환율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고 신용도 문제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가뜩이나 오른 에너지, 식품 등의 수입 물가가 더 오르게 된다.
가장 먼저 스리랑카가 지난 5월에 외화채권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연료 등 수입에 필요한 미국 달러가 사실상 바닥났다. 스리랑카에서는 에너지 등 생필품을 수입하지 못해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행렬이 늘어서고 폭동이 빈발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 항공사들의 4억6400만 달러(약 6000억원) 송금을 막았다.
아울러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가나 등이 외환보유고 부족에 따른 디폴트 위기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글로벌 데이터업체 CEIC에 따르면 이집트는 1∼7월 외환보유액의 26%를 썼으며, 남아있는 보유액 240억 달러(약 32조1000억원)는 3달 치 수입 대금 수준에 불과하다. 파키스탄과 가나는 올해 들어 각각 외환보유고의 33%, 29%를 썼다.
체코와 헝가리도 올해 외환보유고의 15%, 19%를 풀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타격을 받았으며,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25% 넘게 떨어졌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이들 국가들은 애초에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았다. 또 금융시스템에 접근이 안 되다 보니 외환보유고로 식량과 에너지 수입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위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피터 자산운용의 알레한드로 알레발로는 "저금리에 의존해왔던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위험이 가장 크다"면서 지금은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까지 말라버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신흥국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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