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는 단순한 콘텐츠의 흥행코드를 넘어 방송 생태계에도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바로 '킬러 콘텐츠의 힘'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가 콘텐츠 소비의 대세로 자리잡고 지상파나 종편마저 대부분 한자리수 시청률에 머무는 지금, 인지도 조차 미미한 케이블 채널 ENA는 우영우로 15%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불과 석달전 스카이TV가 미디어 지니와 손잡고 재출범한 신생채널이다. IPTV마다 다르지만 20번대에서 멀게는 70번대에 배치돼 있는데, 의도치 않고서야 리모콘을 누를 이유가 없는 속칭 '듣보잡' 채널이다. 우영우 역시 첫 방송 시청률이 1%에도 못미쳤다. 그러다 넷플릭스에 소개된 뒤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자들이 ENA '본방사수'에 나섰고 시청률이 수직상승했다. 콘텐츠만 뛰어나다면, 시청자들은 플랫폼을 가리지않고 찾아간다는 진리를 확인시킨 셈이다. 드라마는 세칭 채널빨(방송국)이라는 방송가의 공식도 무너졌다. 우영우 방영 이전 계획됐다곤 하지만 KT올레TV가 기존 29번이던 ENA를 1번으로 전진배치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영우 역시 한 지상파 방송과 편성을 논의하다 불발됐다. 지상파 방송으로선 앞선 오징어게임에 이은 연타석 헛발질이다. 폭력성이 낮은 가족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클 것이다. 장애라는 소재의 특수성이나 저작권 문제, 출연자 선정과 제작비, 제작방식 등 여러 변수가 작용했을 것이다. KT는 이틈을 과감히 비집고 들어가 행운을 거머쥐었다. 분명한 점은 더이상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편성에서 우선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이 불발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마저 굴욕적이다. 당장 간접광고(PPL) 관행속에 우영우의 김밥집은 온전했을까, 조연급이던 박은빈이 주연을 맡을 수 있었을까, 대본은 애초 그대로 유지됐을까.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에 던지는 의문들이다.
눈여겨볼 점은 또 있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우영우의 지재권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나 ENA 대신 직접 소유하기로 했다. 킹덤이나 오징어게임 등 넷플릭스 투자를 받은 제작사들이 제작비외에 추가수익을 분배 받지못한 것과 대조된다. 후속작의 몸값은 더 오를 것이고, 시즌제나 IP 확장을 통한 추가수익을 노릴 수 있다. 좋은 콘텐츠와 제작역량만 담보된다면 얼마든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우영우 이후 에이스토리와 ENA가 계속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우영우 신드롬은 글로벌 OTT의 무한경쟁 시대에 국내 군소 OTT, 채널사업자들의 생존해법은 결국 콘텐츠라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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