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늘렸는데 가격 또 떨어진다니…예고된 겨울, 불안한 K-반도체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08.25 15:59
/사진 = 이주희 인턴 디자인기자


세계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당초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반도체 시장에서 불안한 기류가 감지된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지난해 '코로나 특수'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대규모의 반도체 설비 투자를 감행했지만 수요 감소 장기화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오면서다. 업계는 주요 제조사들이 생산 능력을 감축해 '반도체 겨울'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 하향과 재고 조정으로 가격 하락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달 전 하락폭 전망치인 8~13%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도 당초 전망치인 5~10%보다 하향된 10~15% 하락할 전망이다.

업계는 인텔과 엔비디아, 삼성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올해 설비 투자를 크게 늘렸기 때문에 반도체 겨울이 예상보다 훨씬 혹독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수요는 지속 하락하고 있지만 생산능력과 팹 가동률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재고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모양새다. 특히 삼성(27.3%)과 SK하이닉스(97%) 등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업체들의 경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고 온라인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유례 없는 특수를 맞았다. 이에 발맞춰 주요 제조사들은 설비 투자를 지속 확대했지만,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1855억달러로 전망했는데, 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이자 사상 최대 규모 투자액이다.


삼성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지난 18일 경기도 기흥 캠퍼스 내부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 반도체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착공했으며, 연내 평택캠퍼스 3공장(P3)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부문 투자는 2018년 23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43조 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는데, 올해도 투자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총 150억달러를 반도체 후공정인 어드밴스드 패키징(포장)의 제조 및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국 내 공장이 완공되면 1000여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는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적자 폭이 완화될 수 있지만, 올해 실적은 일부분 하향될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13.9%로 하향 조정하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됐으며, IT제품과 기업들의 서버 투자가 하반기까지 침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부문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대규모 투자 비용이 실적 발목을 잡고 있다"이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산업기기 등 수요는 여전하지만 올해 주요 업체들은 일정 부분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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