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 KG그룹이 주축이 된 KG컨소시엄이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의 회생채권 변제율을 높이기 위해 인수대금에 300억원을 더 투입하면서 '회생계획안 인가'에 초록불이 켜지면서다. 다섯 번째 주인이 될 예정인 KG그룹은 전동화 시대에 쌍용차를 안정화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2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회생계획안 동의 여부를 두고 쌍용차 관계인 집회가 열린다. 이날 오후 중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회생계획안에 대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3, 회생채권자의 3분의2, 주주의 2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법원의 최종인가를 받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회생계획안이 이날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본다. KG그룹의 300억원 인수대금 증액으로 상거래 채권단의 현금 변제율은 6.79%에서 13.97%로 올랐고, 출자전환 주식 가치를 고려한 실질 변제율은 약 36.39%에서 41.2%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채권단 내부에선 변제율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KG그룹의 인수 의지가 확고하고 쌍용차 회생을 위해 매각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인수대금 잔금을 납입하지 못해 투자 계약이 해제됐지만, KG컨소시엄은 완납하면서 관계인 집회가 열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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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치는 신차 있어도 '후속타'는 없었다…부침 반복했던 쌍용차━
현재 쌍용차의 분위기는 희망적이다. 중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토레스가 출시 2개월만에 사전계약 포함 누적 계약대수가 6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쌍용차 지난해 국내 전체 판매량 5만6363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쌍용차는 주말특근까지 하며 생산체제를 2교대로 전환해 출고를 최대한 앞당기는 중이다.
쌍용차는 1954년 창사 이래 부침을 반복하며 총 네 번의 새 주인을 맞았다. 매번 위기의 순간마다 안타를 쳐주는 신차들이 나왔지만 후속타를 치는 새 모델들이 없어 호실적을 잇지 못했다.
1990년대 초창기 무쏘와 코란도를 통해 쌍용차는 국내 SUV 명가로 입지를 굳혔다. 쌍용차 마니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외환위기로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을 때도 2001년 출시된 렉스턴과 무쏘 스포츠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러나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 시절부터 매각이 반복되는 잔혹사가 시작됐다. 상하이차는 별다른 투자 없이 기술만 빼갔다는 '먹튀' 논란을 남겼고, 현대차·기아가 잇단 SUV 모델을 출시하며 치고나가는 동안 쌍용차는 이목을 끄는 후속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많은 사상자를 냈던 쌍용차 노조의 77일간 평택공장 점거농성도 이 때문에 발생했다. 이 사건은 넷플릭스의 히트작 '오징어게임'의 모티브가 됐다.
이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쌍용차는 그간 크고 각진 SUV만 내놓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2015년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동급 최초로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등을 탑재했으면서도 저렴한 가격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도시적인 디자인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쌍용차는 2016년 영업이익 280억원을 기록하며 7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진한 후속 신차가 또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 등이 출시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또다시 쌍용차 실적은 추락했다. 티볼리의 외관을 키운듯한 코란도 후속 모델은 '대볼리(大+티볼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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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글로벌 판매량 1위 토요타도 어려워하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 내놓아야━
이번에도 어떤 후속 모델이 나오는지에 따라 쌍용차 회생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토레스로 재기 발판을 마련했지만, 후속 모델은 전 세계 판매 1위 토요타도 어려워하는 전기차를 출시해야 해 난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쌍용차를 지탱했던 디젤 엔진 기반 신차는 더 이상 출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내년엔 U100, 2024년엔 코란도 기반 KR10의 전기차 모델을 차례로 내놓고 같은해 하반기엔 전기 픽업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전기차가 얼마나 상품성 있게 나오냐에 따라 '부활' 여부를 판가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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