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나 했는데 날뛰는 환율…'트릴레마' 속 한은, 빅스텝 밟나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8.25 06:09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 대비 5원 하락한 1340.5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상승 출발했다. 2022.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환율 급등을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당초 계획보다 더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경기가 차갑게 식을 수 있다. 그렇다고 고환율을 방치하다간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물가와 환율, 그리고 경기 등 3가지 변수를 놓고 한은이 트릴레마(3중 딜레마) 상황에 빠진 셈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4원 내린 1342.1원에 마감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1345.5원으로 지난 2009년 4월29일(1340.7원) 이후 13년 만에 처음 1340원을 넘겼다.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21일 국내 금융투자사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 모두 한은이 이번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현행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2.75%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3%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2.75~3%와 2.5~3%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각각 1명이었다.

전문가들이 이 같이 전망한 것은 국내 물가가 정부와 한은의 예상대로 4분기초 정점을 기록하고 안정될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추이도 연말 기준금리를 3%보다 2.75%로 예측한 전문가가 많아진 이유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2022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4.7%)보다 0.4%포인트 내린 4.3%로,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들이 오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이 아닌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상황을 바꿔놨다. 달러화 강세가 더욱 심해지면서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한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이 미국과 한국간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9월에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환율이 날뛰거나 대내외금리차 문제가 불거진다면 한은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통위에서는)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빅스텝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경기둔화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투자와 민간 소비를 위축시킨다. 세계경제 둔화로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확대하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환율이 올랐지만, 올해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환율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고환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준금리 조정만으론 환율안정, 물가안정, 성장이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심리를 안정시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환율을 안정시키겠다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제2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환율(원화)이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외환 위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도 기자들과 만나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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