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환율에 尹대통령도 한마디...1400원 가면 'S의 공포'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8.23 16:14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 대비 4.50원 상승한 1,344.30원을, 코스피는 16.52P(0.67%) 하락한 2,445.98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일부 인사의 매파적 발언으로 긴축 의지가 재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2.8.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 종가 기준으로 1340원을 돌파했다. 환율 급등으로 고물가 속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공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기준금리 추가인상→투자위축→경기둔화→원화가치 하락→수입물가 상승 등의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의 수출 확대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환당국이 전격 구두개입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환율급등의 폐해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5.7원 오른 134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340원을 넘은 건 2009년 4월29일(1340.7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원 오른 1341.8원에 출발한 뒤 장 중 한때 1346.6원까지 뛰어올랐다. 이 역시 2009년 4월29일(1356.6원) 이후 최고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기자들과 만나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직후 외환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구두개입을 했다. 지난 6월13일 이후 첫 공식 구두개입이다.

당국의 구두개입 직후 원/달러 환율은 매물 경계감에 한때 1337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상승 반전하며 다시 134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구두개입은 과도한 환율 상승이 물가급등과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당국의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는 달러화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제품의 원화 가격이 하락하지 않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 기준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는 셈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물량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원화 기준 수출기업의 실적이 개선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실질실효환율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들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 절하될 때 경상수지 흑자는 0.01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밸류체인 강화로 수출을 하기 위해 수입하는 중간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남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셈이다. 한국이 수출하는 제품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가격보다는 품질, 브랜드, 디자인 등 비가격경쟁력이 수출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된 것도 무관치 않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특히 최근에는 원화 가치만 단독으로 하락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국 통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동반 절하되고 있다는 점도 환율 상승의 수출효과를 상쇄한다. 한은에 따르면 22일 종가 기준으로 올들어 △일본 엔화(-16%) △영국 파운드화(-14%) △유로화(-11.4%) 등이 달러화 대비 10% 넘게 가치가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는 약 11% 가량 절하됐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주욱 한은 과장은 "추세적으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하고 있다"며 "글로벌 밸류체인이 강화되며 수출용 수입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원유 등 에너지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해당 품목에 대한 원화 기준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한은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2년 7월 수출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물가지수는 153.49로 전년 동월 대비 27.9% 올랐다. 전월대비로는 0.9%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할 수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이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들의 매파적(금리인상 지지) 발언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준금리 인상은 투자위축과 자산가격 하락을 매개로 경기둔화를 초래한다. 이는 다시 원화가치 하락과 수입물가 상승이란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자칫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는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과 같이 수요가 크게 감소한 세계경제 상황에서는 환율 상승이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오른다면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외환시장에 반영돼 환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는 오르지만, 수출 증가에는 최근 큰 영향이 없어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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