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팔아도 적자" 라면값 인상 초읽기…농심 "가격조정 불가피"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2.08.23 16:07

라면 3사, 국내 라면 사업 영업 적자… 농심 하반기 라면 가격 인상 검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 코너에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 뉴시스
"국내 라면 사업은 팔아도 적자가 나는 구조입니다."

라면 가격이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던 농심이 올해 2분기 국내 사업 부문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원부자재와 환율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해 더 이상 적자를 감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라면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농심뿐만 아니라 삼양식품, 오뚜기 등이 값을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원자재가 급등에 따라 농심은 지난 2분기에 국내 사업 부문에서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농심은 지난 16일 악화된 실적 발표 시에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시기를 저울질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농심 관계자는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외의 일들이 너무 많아서 어려움이 많고 고민도 깊다"며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농심에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등 오래된 스테디셀러 상품이 많은데 가격은 원가 인상분만큼 제때 올리지 못해 타격이 컸다고 본다. 라면의 경우 서민 식품으로 인식되며 정부가 소비자 물가지수 산정에 반영해 가격을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품목이라 업체들이 쉽게 가격에 손을 대지 못한다. 그런데 원재료 값이 급등하며 라면 매출이 전체의 80%가량에 달하는 농심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해외 매출도 대부분 현지 공장에서 발생해 수출로 국내 부문 손실을 만회할 수 없다는 것도 농심의 처지다.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를 얼마나 끌어 안고 가느냐가 남은 문제였던 셈이다.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면 지난해 8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 코너에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 뉴시스
다른 라면 업체인 삼양식품과 오뚜기도 국내 라면 사업은 영업적자 상태여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가루, 팜유 가격 인상으로 국내 사업은 팔아도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 등 라면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고 아직 결정된 내용도 없다"면서도 "국내 라면 사업 부문이 적자인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삼양은 해외매출로 버티고 오뚜기도 라면 이외의 제품으로 이익을 내고 있지만 라면만 떼 놓고 보면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상황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라면 3사의 인상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오뚜기와 농심이 주요 라면의 가격을 각각 평균 11.9%, 6.8% 상향했고 이후 삼양식품과 팔도가 한 달 뒤에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6.9%, 7.8% 올리면서 따라갔다.


한편 국내 주요 라면의 소비자 권장가격은 신라면 900원, 안성탕면 800원, 너구리 1000원, 진라면 770원, 삼양라면 860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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