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수당의 형평성[우보세]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 2022.08.22 03:3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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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동들에게 지급하는 보육수당은 처음부터 완벽한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현재 보육수당을 나누는 기준은 어린이집 이용 유무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보육료바우처를 지급한다. 만 0세를 기준으로 보육료바우처는 월 50만원 정도다. 그런데 이건 말 그대로 바우처다.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그대로 들어가는 돈이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미취학 아동에게 줬던 현금은 가정양육수당이다. 가정양육수당은 만 0세를 기준으로 월 20만원이다. 부모들은 이게 불만이었다. 어린이집 이용 유무에 따라 정부에서 지급하는 돈이 달랐기 때문이다. 차라리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고, 어린이집 이용 유무는 알아서 결정하도록 놔두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원화된 구조가 고착화된 것은 어린이집의 입김 탓이라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도 쉽게 손을 쓰기 어려웠다.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이 영아수당이다. 올해부터 도입된 영아수당의 대상은 만 0~1세다. 정부는 올해 영아수당을 월 30만원으로 책정했고 2025년까지 월 50만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만 0~1세는 어린이집 이용 유무에 따라 정부 지원액이 달라지지 않는다. 2025년에는 만 0~1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집 이용 유무와 상관 없이 월 50만원의 동일한 지원금을 받는 구조였다. 어린이집을 다닌다면 바우처로 지급받고,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다면 현금을 받는다는 차이밖에 없었다.

영아수당 정책을 접했을 때 묘수라고 생각했다. 굳이 이원화할 필요가 없었던 정책을 바로 잡았다는 판단에서다. 영아수당 도입 계획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부모들은 환영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영아수당 계획이 최종 확정되면서 일부 부모들이 크게 반발했다. 소급 적용 문제가 일부 부모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영아수당의 지급대상은 올해 이후 태어난 아이들로 한정한다. 올해 이후 출생아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만 0~1세 기준과 충돌한다. 가령 올해 1월1일 태어난 아이는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31일 태어난 아이 중에서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영아수당을 받지 못한다. 대신 월 20만원의 가정양육수당을 받아야 한다. 두 아이 모두 만 0세지만 하루의 차이로 보육수당 체계가 달라진 것이다.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내년부터 부모급여를 도입한다. 영아수당을 부모급여에 흡수하는 방식이다. 내년에는 만 0세에게 월 70만원, 만 1세에게 월 35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2024년에는 만 0세 월 100만원, 만 1세 월 50만원으로 부모급여 지급액이 늘어난다. 영아수당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수당이다. 하지만 부모급여 역시 소급적용 여부가 걸려 있다.

부모급여 지급대상을 영아수당처럼 내년 이후 출생아로 한정할지 여부가 조만간 결정된다. 소급적용을 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초저출산 기조에서 정부의 지원액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소급적용 문제로 논란의 불씨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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