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던져' 1번만 성공해도 본전"…늘어나는 2030 마약사범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 2022.08.21 08:00
필로폰 주사기와 마약류.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뉴스1
최근 비대면 마약 거래 수법인 속칭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전달하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마약류 사범 중 2030세대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마약 범죄 특성상 단순 구매자도 언제든지 검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에어컨 실외기에 필로폰 1g을 놓고 달아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날 강북구 미아동 한 모텔에서 50대 남성 B씨와 40대 남성 C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수유동 한 오피스텔 앞에서 흘린 지갑 안에는 20g의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 666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의 양이 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마약 거래가 손쉽게 이뤄지면서 던지기 수법도 활성화된 것으로 봤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대 교수)는 "국내에서는 필로폰이 고가다 보니 10번 던져서 1~2번만 성공해도 이익이 남는다"며 "수도권 클럽을 중심으로 SNS와 다크웹 등에 접근성이 좋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마약 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분석은 사법당국의 마약류 범죄 관련 통계에 근거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미국 달러 기준으로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1g당 거래 가격은 한국이 450달러(한화 약 59만원)인데 비해 미국은 44달러(약 5만8000원), 태국은 13달러(약 1만7000원)에 그쳤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마약류 사범 8575명 중 지역별로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단속된 사범이 4963명으로 54%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29세가 전체의 31.7%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국내로 밀수되는 마약류의 양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엔 662건의 단속에서 214㎏의 마약류를 단속한 반면 올해는 372건을 단속해 238㎏ 상당을 압수했다. 단속 건수는 44% 감소했지만 압수한 마약류 중량은 11%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44㎏에 그쳤던 메트암페타민 밀수는 올 상반기 87㎏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관세청은 "메트암페타민 대형 밀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필로폰은 국제특송 등 우편 또는 SNS와 다크웹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약범죄 특성상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이 20~30배에 달해 정확한 마약 거래의 유통경로별 비중을 파악하긴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4~5년 전부터 우리 경찰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다크웹과 SNS를 활용한 마약 거래 단속에 집중했다"며 "그렇다 보니 2030세대의 마약사범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마약사범의 증가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단순히 통계를 놓고 분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하반기 마약류 사범을 집중 단속할 예정인 가운데 단순 마약 구매자도 언제든지 검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약류의 특성상 중독성이 강해 쉽게 끊기 어려워 재범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전체 마약사범 중 최대 40%를 재범 또는 삼범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사범을 잡으면 관련 정보를 활용해 판매범에 대해 수사하고 판매 사범을 잡으면 윗선과 투약 사범에 대해 수사한다"며 "판매 사범과 투약 사범이 엮여 있어 여러 차례 거래한 사람은 언제든지 잡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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