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에어컨 실외기에 필로폰 1g을 놓고 달아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날 강북구 미아동 한 모텔에서 50대 남성 B씨와 40대 남성 C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수유동 한 오피스텔 앞에서 흘린 지갑 안에는 20g의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 666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대 교수)는 "국내에서는 필로폰이 고가다 보니 10번 던져서 1~2번만 성공해도 이익이 남는다"며 "수도권 클럽을 중심으로 SNS와 다크웹 등에 접근성이 좋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마약 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분석은 사법당국의 마약류 범죄 관련 통계에 근거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미국 달러 기준으로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1g당 거래 가격은 한국이 450달러(한화 약 59만원)인데 비해 미국은 44달러(약 5만8000원), 태국은 13달러(약 1만7000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로 밀수되는 마약류의 양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엔 662건의 단속에서 214㎏의 마약류를 단속한 반면 올해는 372건을 단속해 238㎏ 상당을 압수했다. 단속 건수는 44% 감소했지만 압수한 마약류 중량은 11%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44㎏에 그쳤던 메트암페타민 밀수는 올 상반기 87㎏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관세청은 "메트암페타민 대형 밀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4~5년 전부터 우리 경찰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다크웹과 SNS를 활용한 마약 거래 단속에 집중했다"며 "그렇다 보니 2030세대의 마약사범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마약사범의 증가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단순히 통계를 놓고 분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하반기 마약류 사범을 집중 단속할 예정인 가운데 단순 마약 구매자도 언제든지 검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약류의 특성상 중독성이 강해 쉽게 끊기 어려워 재범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전체 마약사범 중 최대 40%를 재범 또는 삼범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사범을 잡으면 관련 정보를 활용해 판매범에 대해 수사하고 판매 사범을 잡으면 윗선과 투약 사범에 대해 수사한다"며 "판매 사범과 투약 사범이 엮여 있어 여러 차례 거래한 사람은 언제든지 잡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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