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 편하게 주유소 가겠네"…전쟁 전으로 돌아간 기름값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8.17 17:03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율 확대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5주 연속 하락하고 있는 7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휘발유가 1777원, 경유가 1889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2.8.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름값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이란 핵합의 복원 가능성이 제기되며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국제유가의 하락압력이 커진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대로 내려오는 등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물가상승 압력이 한층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기준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9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86.53달러로 전일대비 3.22% 내렸다. 지난 1월25일(배럴당 85.6달러)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2월24일) 한달 전 가격으로 돌아간 셈이다. 전쟁이 시작된 2월24일 WTI 근월물 가격은 배럴당 92.81달러였다.

같은 날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전일대비 2.9% 내린 배럴당 92.34달러, 두바이유 8월 인도분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일대비 1.58% 내린 배럴당 93.46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하락세를 보이며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일대비 5.61원 내린 리터당 1775.75원을 기록했다. 전쟁이 발발한 2월24일 기준 휘발유 가격인 1746.2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전국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전일대비 6원 낮은 1874원으로,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1572.03원) 수준을 크게 웃돈다. 이는 전쟁으로 유럽지역이 경유 공급난에 처하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에 비해 크게 오른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온 것은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동시에 하락요인이 작용한 때문이다. 수요 측면의 경우 미국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제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가세했다.

중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4000억위안(약 78조원) 규모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기존 2.85%에서 2.75%로 0.1%포인트 인하했다. 7일 만기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적용금리도 기존 2.1%에서 2%로 낮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 우려로 금리를 내린 것이다.


한편 공급 측면에선 이란 핵합의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원유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핵합의가 복원돼도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공급되기까진 6개월 정도가 필요하지만 공급확대에 대한 기대가 원유선물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이란 IRNA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가 중재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EU(유럽연합)에 보냈다고 밝혔다. IRNA통신은 "미국이 현실을 직시하고 유연성을 보인다면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도 정점을 찍고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통상 국제유가가 2~3주 이후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추가 하락할 공산이 크다. 또 한국은행이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지는 않더라도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좀 빠지는 모습이라 한국 기대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9~10월이면 한국도 물가 고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천연가스 가격이다. 올해 겨울이 올 때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된다면 유럽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원유 가격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지난달 25일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송출량을 20%로 축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천연가스 9월 인도분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6일(현지시간) 1MMBTU(영국열단위) 당 9.33달러로 전일대비 6.89%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월24일(1MMBTU당 4.64달러) 보다 두배 넘게 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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