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시민 공간'을 만들겠다며 광화문광장 내 사실상 '집회 금지'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광복절 당일인 이날 시민들은 광장에서 눈을 찌푸리고 귀를 막고 다녔다. 광화문광장을 에워싸고 벌어진 집회 소음에 광장 안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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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에워싼 집회 참가자들...광장 안에서 '예수 십자가형' 재현도━
집회 참가자들은 오전 11시쯤부터 광화문광장 일대에 모였다. '동해/삼척' '포항' 등 지역 이름이 적힌 버스에서 집회 참가자가 수십명이 내렸다. '헌금안내'라 적힌 조끼를 입은 안내원들은 참가자들을 광화문광장 쪽으로 안내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할 때 광장 내 집회나 시위는 '사실상 금지' 방침을 세웠다. 취지는 명확했다. 광장을 시민들 휴식 공간으로 지키겠다는 거였다.
그래도 공간이 부족하자 참가자들은 오후 1시쯤부터 교보문고부터 프레스센터 앞 400m 구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을 둘러쌌다. 찬송가와 구호 소리가 광장에 그대로 울려 퍼졌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40대 최모씨는 이날 7세, 9세 딸과 광장을 찾았다. 주변에 집회가 열리는지 몰랐다고 한다. 이들은 코로나19(COVID-19)가 퍼지기 전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즐거운 기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아이들이 오늘은 왜 시끄럽냐고 계속 묻는다"며 "이렇게 집회를 하는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광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날 이순신 동상 아래 말고도 세종대왕 동상 아래, 세종문화회관 앞 공터에 집회 참가자들이 돗자리 펴고 자리를 잡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광장과 이어진 광화문역 출구에서 주한미군 철수 반대 서명운동했다. 어떤 참가자들은 고대 로마군과 예수 분장을 하고 십자가형을 재현하기도 했다.
광장 안으로 들어온 집회 참가자들도 내보낼 수 없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들이 광장 안에서 스크린을 보는 것으로 보이는데 '집회 참가'인지 '단순 관람'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서울시가 터치하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시민이 다치거나 위협을 느끼지 않은 이상 우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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