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청와대를 배경으로 가구 전시를 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까사미아를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신세계까사(SHINSEGAE CASA) 얘깁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신세계까사의 인기 소파 '캄포'를 리얼리티 관찰 콘텐츠 '에브리웨어'를 통해 소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제 막 개방된 청와대를 배경으로 제품을 과도하게 드러낸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청와대를 방문한 캄포소파'라는 문구는 거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비난은 컸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를 담고있는 청와대를 민간기업의 제품홍보 배경으로 쓴 다는게 용납될 수 없다는 게 요지입니다. 조선시대 궁궐인 창경궁을 일제가 동물원·유원지로 탈바꿈시킨 창경원에 빗대 '청와대의 창경원화(化)'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불똥은 문화재청으로 튀었습니다. 민간기업이 청와대 안마당을 사업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를 해준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재청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습니다. 에브리웨어를 제작한 IHQ 측이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과 협의할 때 소파같은 특정 브랜드나 기업체를 언급하지 않았고 홍보용으로 활용한단 설명도 일절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IHQ도 승인 과정에서 가구를 소품으로 활용하고 브랜드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구두로 전했다면서도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결국 해당 영상은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현재는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진행하려 했던 계획들도 무산된 듯 합니다. 앞서 신세계까사는 집이나 매장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야외장소에 캄포를 배치하고 시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습니다. 서울광장, 남산서울타워 앞 팔각정, 올림픽공원, 반포한강공원 등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우는 바람에 시작도 못하고 문을 닫은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신세계까사의 무리한 홍보는 실적 조바심에서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회사인 신세계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신세계까사는 늘상 적자를 쌓았으니까요. 물론 기대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기어때 대표이사를 지낸 최문석 대표를 영입한 후 4년만에 1분기 적자를 면할 때만해도 반전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2분기 실적 공개로 상황은 예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신세계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동안 신세계까사는 전년대비 16억원이 늘어난 42억원 순손실로 돌아섰습니다. 그룹 내 애물단지 이미지가 점점 굳어지는 분위깁니다. 안팎으로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신세계까사가 하반기에는 반전의 드라마를 쓸 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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