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물가 꺾이는데, 한국은 언제?…"9~10월 정점 예상"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8.12 14:27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물가 점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코너에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8.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하회하며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물가상승률도 조만간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한국 물가가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 보고 있다.

12일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9.8% 상승했다고 밝혔다. 10%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이나 당초 컨센서스였던 10.4%에 비해 0.6%포인트 낮다. 전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도 전년동월대비 8.5% 상승을 기록하며 컨센서스인 8.7%를 0.2%포인트 하회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 물가가 한풀 꺾이면서 한국 물가 둔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7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물가지수는 153.49로 전월대비 0.9%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6월 평균 1277.35원에서 지난달 1307.4원으로 2.4% 올랐으나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이를 상쇄했다.

원재료는 광산품(-2.8%), 농림수산품(-1.1%) 등이 하락하며 전월대비 2.6% 내렸다. 중간재도 석탄및석유제품(-3.3%), 제1차금속제품(-2.3%) 등이 내리며 전월대비 0.2% 하락했다.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전월대비 1.2%, 0.8%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수입원가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지수화한 통계다. 통관시점이 아닌 계약시점의 가격을 조사해 지수를 작성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물가에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한국과 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추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달 1일 배럴당 108.43달러에서 지난 1일 93.89달러로 13.4% 하락했다.

국제 식량가격도 하락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같은달 곡물 가격지수도 전월대비 11.5% 내린 147.3포인트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며 한국 물가 상승세가 곧 멈추리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국제식량가격은 1~2분기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국제식량가격이 지난 3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나타낸만큼 늦어도 3분기말부터는 국내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국제유가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조만간 리터당 17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추석 물가 안정대책과 수해지역 피해복구 지원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2.08.11.

정부도 오는 9~10월이면 국내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추석이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물가 오름세가 주춤해지고 9월 또는 10월에는 정점을 찍고 점점 하락세로 가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라며 "더 분발해서 조속히 민생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수는 폭우다.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작황이 타격을 입는 경우 국내 식료품 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이번 폭우로 농산물 침수·낙과 879헥타르(ha), 가축폐사 8만6552마리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정부의 이동자제 요청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물가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보다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하우스·과수원·축사 등 취약시설 점검과 응급복구에 힘쓰는 한편, 중부권이 주산지인 배추·무·감자, 사과·배 등을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 작황관리팀을 구성, 병해충 방제·약제 할인지원·예비묘 즉시 공급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물가가 정점을 찍더라도 연말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 등 금리인상을 지속할 수 있어서다. 외국인 자본유출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서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은 단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자본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경기둔화 리스크 또한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자간담회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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