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의 최대 폭우 이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소재 공인중개소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반지하 주택에 살던 임차인들이 이번 폭우로 인해 고초를 겪으면서 새로운 집 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물 폭탄 사태로 '반지하'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폭우처럼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임대인이 집을 수리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임대차 계약은 유지된다. 다만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를 통해 계약을 해지할 수는 있다.
◇"당장 방 빼달라" VS "한 달 월세 안 받겠다"
10일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물난리가 난 이후로 새로운 방을 구해달라는 전화가 계속해서 온다"면서 "방 구해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당장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없어서 난리"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인데 이번 폭우로 인해 사람들이 물에 대한 공포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서 강남뿐 아니라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에도 침수 피해가 적지 않았다. 특히 원룸촌과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대림동은 대부분의 반지하 주택이 침수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대림동에 원룸 건물을 소유한 C씨는 "반지하에 투룸과 원룸이 있는데 갑자기 물이 반지하로 흘러들어 문을 막아버렸다"면서 "순식간에 물이 천장까지 찼는데 119의 도움으로 겨우 세입자들이 반지하 문의 창살을 뜯고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집이 침수된 후 물을 퍼다 나르고 수리했지만, 세입자 모두 방을 빼달라 요구해 공인중개소에 방을 내놨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소의 말을 종합하면 갑작스러운 폭우에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임차인들이 방을 빼겠다고 하자 집주인들은 한 달 월세 무료와 위로금 지급 등 임차인들의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대림동 D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 주인이 세입자랑 같이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서면 세입자들이 집주인을 봐서 그냥 지낼까 고민도 하는데 그조차도 아닌 경우는 당장 집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반지하 세입자는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반지하 가구는 감소 추세지만 아직도 20만가구(2020년 기준 20만849가구)가 넘는다. 관악구가 2만113가구로 가장 많고 중랑구(1만4126가구), 광진구(1만4112가구), 강북구(1만1850가구), 은평구(1만1525가구) 순이다. 오래된 다세대·다가구뿐 아니라 신축 원룸 건물에도 반지하 주택이 있어 원룸촌 일대에도 일정 수준으로 분포돼 있다.
◇'집' 수리는 임대인 VS '가재도구' 수리는 임차인
다만 침수 피해를 본 가재도구 등에 대해 수리 또는 보상 의무는 임대인에게는 없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한 건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침수 피해를 본 사람은 피해 신고 접수와 현장 방문 조사 등을 거친 후 지자체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집중호우로 입은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기 위해 자치구에 300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자치구별 폭우 피해 현황을 집계한 결과 주택·상가 침수는 3430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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