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생명줄' 끊길 판…인슐린 찾아 헤매는 당뇨환자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2.08.10 11:38
"동네 단골 약국에 인슐린을 사러 갔더니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며 큰 병원 근처 약국에 가라고 안내를 받았네요"

최근 한 당뇨환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나도 다른 약국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게시판에도 "가던 약국에 재고가 없다고 했다", "큰 병원 처방전을 받는 약국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일부 동네 약국에서 인슐린 품귀 현상이 나타난다. 인슐린 배송 규정 강화 탓에 유통업체들이 납품을 피하는 상황이 빚어진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인슐인을 제때 투여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당뇨 환자들의 불편 사례가 속속 나온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성명서를 통해 "7월부터 그동안 인슐린을 판매해왔던 약국들이 유통업체의 납품 포기나 지연으로 인해 인슐린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거나 공급하기를 포기했다"며 "이로 인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1형 당뇨인들은 약국을 찾아 헤매거나 유통업체가 인슐린을 배송해 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당뇨환자들 중에서도 특히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 1형 당뇨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인슐린은 '생명줄'과 같은 의약품으로 통한다. 인슐린을 제때 주사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어렵고 장기적으로 합병증이 생겨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가 발생한다. 인슐린 확보가 힘들어질 경우 1형 당뇨병환자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이유다.

개정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이 지난 달 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 일부 동네약국에서 인슐린을 구하기 어려워진 배경이다. 생물학적 제제 배송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인데, 2020년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예방 접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규정이 강화되는 쪽으로 개정됐다.


인슐린과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를 운송할 때 자동온도기록장치가 설치된 수송 용기나 차량을 써야 하고 관련 기록을 2년간 보관토록 하는게 강화된 규정의 핵심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1차는 15일, 2차는 1개월, 3차와 4차는 각각 3개월과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개정된 규칙이 적용되자 유통업계의 부담이 커졌다. 대다수가 영세한 업체들이어서 새로운 배송 체계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것. 냉장유통 시스템 확보에 별도의 비용과 인력이 발생하는데 유통 마진은 그대로인데다 규칙 위반시 업무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어 차라리 유통을 포기하는게 낫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실제로 아예 인슐린 취급 자체를 그만두거나 배송 횟수를 줄이는 유통업체가 발생하자 규모가 작은 동네약국부터 인슐린 재고가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당뇨환자들의 불편이 늘고 있다는 것.

이에 한국1형당뇨병 환우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1형당뇨병 환우회는"식약처는 준비되지 않은 정책 시행을 강요치 말고 환자들에게 원활한 인슐린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적했다. 대한당뇨병연합도 앞서 식약처에 인슐린 유통 규제를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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