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숨진 가족처럼…영화 '기생충' 반지하 집에 32만 가구가 산다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 2022.08.10 08:10
지난 8일 내린 많은 비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빌라 반지하가 침수돼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고가 발생한 빌라 주차장에 물이 차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죽은 다음에 대통령이랑 시장이 오면 뭐 해…반지하 못 짓게 해야지, 위로 올리고 아래로는 못 짓게 해야지."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민 김모씨가 혀를 차며 ㄱ빌라 앞에 모인 공무원들을 나무랐다. 전날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ㄱ빌라에 지하층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사고현장의 배수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 시장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나온 공무원들과 취재진, 그리고 아직 수해 복구를 끝내지 못해 주변 건물의 지하층에서 양수기로 물을 퍼내는 주변 동네 주민들이 섞여 붐볐다.

기상이변으로 게릴라성 폭우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여전히 서울에만 20여만 가구 이상의 지하층(반지하) 주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건축허가권을 가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신규 건축물에 대해 반지하 인허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6%에 해당하는 32만7000여 가구가 지하(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다. 2015년보다 3만7000여 가구가 감소한 수치다.

반지하 주택이란 지하층을 거실로 사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건축물 바닥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층으로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평균 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이상인 주택을 말한다. 반지하 주택에는 지하층도 포함된다.

남지현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 연구위원은 "건축물대장에 반지하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며 "지자체별로 건축물대장에는 지하 1층은 있는데 현장에서 데이터상으로 지하 1층의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평균 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인지, 3분의 1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현황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32만7000여 지하(반지하) 가구 중 31만4000여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서울에 20만1000여 가구, 경기에 8만9000여가구, 인천에 2만4000여 반지하 가구가 몰려 있다.
지난 8일 내린 많은 비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빌라 반지하가 침수돼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고가 발생한 빌라에 물이 차있는 모습./사진=뉴시스
2020년 경기도의 반지하 거주환경 개선방안을 연구했던 남 연구위원은 "경기도의 경우 평택·부천·수원·성남·안양 등 갑작스럽게 인구가 늘어나 노동자의 주거가 필요하거나 난개발로 소규모 건물을 대량으로 지은 곳에 반지하 주거 시설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지하(반지하) 주택은 침수에 취약하며 일조량이 부족해 결로·곰팡이 등 실내 오염이 쉽게 발생한다. 또한 환기가 어렵고 화재발생 시 긴급한 대피를 하기도 쉽지 않다.


여름철 마다 지하(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하(반지하) 주택에서의 거주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건축물에서는 지하(반지하)층 주거를 제한하고 남아 있는 지하(반지하) 가구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규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결국 정부의 의지문제"라며 "영화 기생충이 개봉했을 때도 반짝 관심으로 끝나고 어떠한 실질적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 서울의 경우 신규 건축물에서는 사실상 거의 반지하 허가를 내주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간 공공주택 공급이 10만호에 달하는 만큼 현재 있는 반지하 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계획을 가지고 규모를 줄여 나가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지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기후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관악구 신림동 일가족 참변과 같은 사건이 되풀이 될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지현 연구위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유흥가에는 쓰레기도 많아서 상하수도 관이 언제 막힐지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며 "인구가 대도심으로 몰려드는 현상 때문에 인구 감소와 별개로 갈수록 노후화되는 하수도관에선 역류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쓰레기 문제 해결도 쉽지 않아 반복되는 반지하 침수 피해는 피할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 날 내린 많은 비로 서울 도로 곳곳이 침수된 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빌라에서 주민들이 집 안까지 쓸려내려온 토사들을 치우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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