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외교위는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는 내용의 대만정책법안을 표결에 부치려다 일정을 미뤘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 표결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백악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대만정책법은 대만을 '비(非)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대만의 안보를 위해 4년간 35억 달러(5조9000억 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대만 외교 관계 제한 금지 △대만 국기 사용 제한 철폐 △미국에 있는 대만 경제문화대표부의 대만대표부로 전환 △국제기구와 다자무역협정 참여 인정 등도 포함해 사실상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40년 넘게 미국이 지켜 온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뒤집고 대만을 사실상의 독립 국가로 인정하게 된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공식적으로는 단교했다. 대신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뒀다.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이 인정해왔던 '하나의 중국' 원칙은 무력화한다. 그동안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는 대신, 중국은 대만 정부의 자치권을 인정해왔다. 이 원칙이 깨지는 것은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꾀하는 중국에 침공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6월 이 법안을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과 공동 발의한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폴리티코에 "미국 정부의 압박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날 표결 연기에 백악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라며 버티기에 나섰다.
짐 리시 공화당 소속 외교위 간사는 "백악관은 이미 대만 정책을 충분히 훼손해 왔다"며 "법안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원 의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 씩 양분하고 있어서 법안 표결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상원의 승인을 받아도 하원의 승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법안 서명이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백악관은 상원에 "행정부의 외교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일부 조항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애초 예고했던 대만봉쇄 훈련이 끝난 후에도 실사격 훈련을 추가로 예고했다. 중국군은 오는 15일까지 서해(중국의 황해) 남부 일부 수역에서 실탄 사격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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