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고위급 인사 방중을 계기로 중국 측이 옛 중국의 성현(聖賢)을 인용해 내놨던 압박성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중국 측은 공식 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을 기원할 때는 물론 한국의 대미 밀착 행보를 견제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 차원에서 고사성어·경전을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Chip) 4'에 한국이 가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한·미 밀월에 대한 중국 측 반발도 거세진 상황이다.
방중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한중 관계를 두고 '인이무신 부지기가야'(人而無信 不知其可也)를 언급했다. 이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구절로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 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했을 때도 박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했는데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회담에서 왕 부장이 해당 발언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IPEF(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등 서방의 대(對) 중국 견제구도에 합류하는 듯한 행보에 들어가자 경전을 인용해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9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모두 발언으로 음수사원(飮水思源)을 꺼냈다. 이는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근원을 생각한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께서 저장성에서 투쟁을 했고, 중국 국민들이 김구 선생님을 보호했다"며 "김구 선생님의 아들인 김신 장군님도 1996년 항저우 저장성 옆에 있는 하이옌 도시를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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