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형사와 피의자의 '사랑'…현실에서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하수민 기자, 강주헌 기자 | 2022.08.09 05:06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중국인 피의자 서래는 한국어가 서툴지만 통역인 없이 경찰조사를 받는다. 사진은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ENM 제공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영화 '헤어질 결심'의 제작사가 제공한 영화 설명 중 일부다. 지난 6월 29일 국내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지난 7일 기준 누적 관객 177만 5000여명을 기록했다. 일부 영화팬을 중심으로 2차례 이상 관람하는 N차관람이 이어지며 장기상영 중이다.

이같은 인기요인 중 하나로 영화팬들은 탕웨이와 박해일이 나누는 문어체 대사를 꼽기도 한다. 피의자 탕웨이는 조사실에서 서툰 한국어로 형사 박해일과 대화를 나눈다. 팬들이 꼽는 헤어질 결심의 명대사는 상당 부분 경찰조사를 받는 탕웨이와 박해일이 나눈 대화다. 형사와 피의자, 호감을 가진 남녀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이를 뒷받침 하듯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은 지날 주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의 인권보호수사규칙, 경찰의 범죄수사규칙에서 외국인을 조사하는 경우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통역해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통역요원을 모집해 국내 체류 외국인이 범죄 피해를 보거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투입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3345명의 민간 통역인과 함께 950여명의 경찰 통역요원이 활동 중이다.

수사통역요원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별로 인력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경찰청 산하 일선 경찰서에서 통역인이 필요할 땐 등록된 인력풀에서 필요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통역인에게 연락해 수사에 입회시키는 방식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 진술인과 함께 출석한 민간 통역인에게 영어·중국어·일어는 시간당 3만원, 기타 언어는 시간당 3만5000원을 지급한다. 수사관련 서류를 번역하거나 녹취할 경우 25행 1매를 기준으로 4만원을 지급한다. 언어별 통역요원 인력규모는 일선 치안 현장에서의 수요에 따른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16~2021년 국내 체류 외국인 구성 비중은 중국인 42.9% (84만193명), 베트남인 10.7%(20만8740명), 태국인 8.8%(17만1800명), 미국인 7.2%(14만672명) 순이었다.

수사과정에서는 주로 민간 통역인이 투입된다. 서울 일선서의 형사과장 A씨는 "아무래도 피의자 입자에서는 수사의 공정성을 고려하면 경찰 신분의 통역인보다 민간인 통역요원을 선호한다"고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의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도 수사과정에선 민간인 통역이 통역을 담당한다. 경찰 통역요원은 주로 경찰서에 도착한 피의자에게 민간 통역인이 도착하기 전에 상황을 설명하는 등 기초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는 전화 통역 서비스도 사용할 수 있다"며 "경찰관이 직접 20여개 언어로 미란다 원칙의 내용을 고지할 수 있도록 관련 발음을 모두 한국어로 작성해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제공했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ENM 제공
해준과 서래의 부적절한 관계도 현실에서는 징계 대상이다.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수사·단속 업무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사건 관계자와 사적접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무원은 수사 중인 사건 관계자(해당 사건의 처리의 법률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서, 경찰청장이 지정한 자)와 부적절한 사적 접촉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만약 현장 조사 등 공무상 외부 접촉이 필요한 경우 수사 서류 등 공문서에 외부 접촉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사건 관계자와 부적절한 사적접촉을 한 경우 감찰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그에 따른 징계를 받는다"며 "이 과정에서 불륜, 부적절한 관계로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내부 징계로 끝나지만 수사 내용 등 피의사실을 유포한 경우에는 별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 징계양정 기준에 따르면 직무유기·불공정에 의한 물의 야기·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 위반 행위와 과실 정도에 따라 최소 견책에서부터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까지 받을 수 있다.

서울 일선서의 청문감사관 B씨는 "경우에 따라 미혼남녀 간 순수한 사랑인지 한쪽이라도 결혼을 했는지, 결혼을 했다면 상대 배우자가 피해를 호소하는지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징계 수준이 달라진다"고 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