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중국 본토 증시에서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공모액은 578억달러(약 75조원)를 기록해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IPO가 5차례 있었고 비슷한 규모의 IPO가 또 진행 중이다.
이는 미국이나 런던, 홍콩 등 주요 금융시장과 다른 분위기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공포로 성장주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세계 IPO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공모액은 한 해 전에 비해 92% 급감해 191달러에 그쳤다. 유럽은 99억달러로 전년 대비 84% 줄었고 홍콩은 49억달러로 85% 쪼그라들었다. 또 공모액이 10억달러를 넘긴 사례는 뉴욕과 홍콩에서 각각 1건뿐이었고 런던에서는 아예 없었다.
중국만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전 세계 IPO 공모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3%에서 44%까지 뛰었다.
특히 기술기업들의 IPO가 가장 활발했다.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인 하이곤정보기술은 108억위안(약 2조807억원) 규모 IPO에 2000배 넘는 돈이 몰리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글로벌 증시가 출렁거릴 때였지만 IPO 시장의 투심까지 식히진 못했다.
리서치 플랫폼인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리타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술 부문에서 많은 주식이 시장에 데뷔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성장 여력에 초점을 맞춰 매수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장 관측통들은 하반기 암울한 시장 전망이 기업들의 IPO 일정을 앞당긴 영향도 있다고 봤다. 중국 투자은행 샹송의 셴멍 이사는 "기업들은 하반기보다 상반기가 상장에 좋은 시기라고 봤다"면서 "실적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앞으로 상장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속 중국의 '애국 매수'도 IPO 호황을 거들었다. 통신회사 차이나모바일과 에너지업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으로 지목돼 뉴욕증시에서 상장이 폐지된 뒤 올해 중국 증시에서 다시 상장하며 각각 86억달러와 50억달러를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싱가포르 소재 DZT리서치의 케 얀 리서치 부문 대표는 "중국은 전 세계와 분리된 시장"이라며 "중국 투자자들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애국 거래다. 중국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중국의 독립성을 키우고 미국 주도의 거래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주식을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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