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빨간불 켜졌는데요"…그래도 美기준금리 더 '밟는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08.07 08:30

[MT리포트] '불황' 경고하는 시장금리④

편집자주 |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도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아예 3년물 금리 아래로 추락했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다. 경기의 가장 정확한 예보관 중 하나인 채권시장을 통해 향후 경기를 내다본다.

사진=AFPBBNews=뉴스1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가리키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고조된다. 미국 정부는 침체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채권시장에선 장단기 금리(수익률) 역전 현상이 나타나 침체 경고음을 울렸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얼마나 더 오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美채권시장 장단기 금리 역전…경기침체 경고음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38bp(0.38%p)나 웃돌며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뒤집혔다.

2일에는 장중 일시적으로 3개월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웃돌았다. 3개월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아진 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10년물-2년물 국채 금리차 추이
채권시장에서는 만기가 긴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장기 금리가 단기보다 더 낮다는 것은 경기침체 우려로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때문에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침체를 경고하는 대표적 신호로 간주된다.

실제로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일어날 때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금리 역전 현상의 등장이 반드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근래 침체기 때는 금리 역전 현상이 동반됐다는 것이다.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벤 에몬스 거시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없이 경기침체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은 연준이 가장 신뢰하는 경기침체의 신호로 간주돼 경기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CNBC는 "미국 채권 시장은 경기가 급격히 식고 있거나 이미 침체에 빠졌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침체에 빠져 있을 땐 '진짜 침체'인지 모른다


이미 미국에선 경제성장률은 2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치면서 침체 논쟁이 뜨겁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에 전분기 대비 연율 -0.9%를 기록했다. 1분기에 -0.4%를 기록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통상 GDP가 두 개 분기 연속해서 감소하면 기술적 침체에 빠진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현 상황을 경기침체로 정의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시장이 견조하고 소비지출도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분기 경제 성적이 나오자 성명을 내고 "미국 경제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며 침체설에 선을 그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미국의 고용시장이 튼튼하다고 평가하며 경기침체는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여전히 실업률은 3%대로 낮기 때문에 일리 있는 말이지만, 최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고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공식적으로 경기침체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속 경기순환판정위원회의 몫이다. NBER은 경기침체를 '경제 전반으로 번져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제활동의 현저한 위축'으로 정의한다.


NBER의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BER은 경기침체를 사후에 판정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공식 침체 판정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나 걸렸다. 참고로 1949년부터 미국에서 10차례 일어난 기술적 침체는 나중에 모두 공식 침체로 인정됐었다.



연준 "경기 둔화는 좋은 것"…연말 금리 4% 간다


3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3.25~3.5%로 제시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반영하고 있다. /사진=CME페드워치
시장의 눈은 이제 연준이 어디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쏠린다. 연준이 사실상 경제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소비자들의 차입 비용이 커지고, 그 결과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둔화하는 경향이 있다. 연준은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 제로(0)에 있던 기준금리를 2.25~2.5%로 끌어올린 상태다.

일각선 경기침체 신호가 분명해짐에 따라 연준이 긴축 강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픽텟 자산운용사의 토마스 코스터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9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연준에 큰 위험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선 내년 여름께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가 희생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경제적 고통이 오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중앙은행의 의지는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연준 관점에서 경기 둔화는 좋은 것"이라고도 했다. 물가 억제를 위해 경기 침체 아닌 경기 둔화는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연준 정책위원들 역시 잇따라 물가 안정을 위한 추가 긴축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일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3.75~4%까지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1.5%p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시장이 올해 연말 예상하는 기준금리보다 0.5%p나 높은 수준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역시 이날 한 행사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집중하고 있다"면서 침체 여부가 연준의 초점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에 대해선 "어떤 자료에서 어떤 신호를 본 건지 모르겠다"며 일축했다.

찰스 에번스 미국 시카고 연은 총재는 2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면서도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0.75%p를 인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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