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BTS 병역 가치에 관한 오해

머니투데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2022.08.04 02:03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2019년 당시 15세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병역면제의 혜택을 받게 됐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비록 국내에서 열리는 음악경연대회였지만 국제대회이기 때문에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물론 이런 콩쿠르가 있는지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고 세계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군다나 국내대회인데 병역혜택까지 있는 줄은 아는 사람만 안다. 임윤찬이 반클라이번콩쿠르대회에서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라지만 이 대회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의 연주가 색다르다지만 그는 음악을 창작하는 이가 아니라 연주하는 실연자다. 그가 실연하는 음악이 색다르다고 하지만 청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공표하는 사람은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왠지 그러한 지적을 하면 문화적 소양도 없고 무식한 인사로 취급당할 듯싶다. 이런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방탄소년단(BTS)을 포함한 K팝 가수들이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국방부 장관의 대답은 이와 배치돼 우려스럽다.

국방부 장관은 우선 공정과 형평 차원을 강조했다. 맞다. 이러한 기준은 매우 적절하게 고민해야 하는 점이 맞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이 방탄소년단이 입대하면 연습을 할 수 있게 하고 해외공연이 있으면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뜻 적절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K팝에 대한 협소한 인식을 드러낸다. 저렴하게 동원되다시피 하는 질 낮은 해외공연 투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오히려 브랜드 가치만 훼손하고 팬심만 활용당하는 셈이 된다. 온라인 플랫폼 공연만 해도 상당한 수준의 기술과 연출력이 필요하다. 또한 방탄소년단 등은 누군가 만들어준 노래를 단지 연습해 부르지 않는다. 본인들이 싱어송라이터이며 안무를 구성한다. 한편으로 그들의 노래와 안무는 세계에서 쇄도한 수많은 인재의 협업과 콜라보를 통해 완성된다. 단지 연습시간이 아니라 그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소통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SNS를 통해 활발하게 팬들과도 이뤄져 왔다. 그러한 소통활동이 평화와 안보를 위해 큰 역할을 해왔으니 당연히 보장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은 세계인들의 투어공간이 된다. 언급했던 책이나 작가, 미술작품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퍼지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게 했다. 그들은 유엔에서 연설했고 백악관에서 인종혐오에 대한 대안을 미국 대통령과 논의했다. 과연 군 병사의 신분이 된다면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게 할까.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K팝 뮤지션들은 단지 춤, 노래를 연습하고 공연이 있을 때 나가는 실연자가 아니다. 아티스트화가 급진전돼 왔으며 끊임없이 개방적 소통과 교류를 통해 단지 문화예술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긍정의 에너지를 통해 사회통합과 갈등해결에 이바지해왔다. 이는 군대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포괄적이다. 과연 이런 점을 소속사들조차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로지 경영전략을 통한 수익 극대화와 주가 이익보전에 집중하다가 역풍을 맞곤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이 있다. 국제콩쿠르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연령대가 일정하다. 심사위원도 특정 소수다. 하지만 빌보드를 포함한 글로벌 차트나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등은 유명, 무명을 떠나 연령대를 막론하고 무한경쟁이며 심사위원은 세계인이다. 또한 한순간의 경연이 아니라 지속성이 중요하다. 그런 가운데 세계인들에게 희망과 위로, 살아갈 힘을 주므로 공정과 형평을 물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가 뭐라든 방탄소년단은 군대에 간다. 멈추지 않고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세계관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세계 모두와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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