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AFP·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과 중국·대만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밤 10시30분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만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 8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 후 입법원(의회)을 둘러본 뒤 오전 11시에는 대만을 떠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싱가포르(8월 1~2일) △말레이시아(2~3일) △한국(3~4일) △일본(4~5일) 등 순으로 방문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두번째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세번째 방문국인 한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대만을 경유하는 일정을 끼워 넣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지난달 중순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 중국은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미국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중국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임을 미국에 다시 경고한다"고 못 박았다.
중국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일부 인터넷 매체와 10만명 이상 네티즌들은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주요국 순방을 위해 미국을 출발하던 지난달 31일부터 그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미 공군의 보잉 C-40C 수송기를 실시간 추적하고 있다.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인은 "중국 측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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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 원칙 위배…30여년 지속된 악연━
특히 대통령 부재 시 부통령 다음으로 2번째로 권력 승계 서열이 높은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인정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1997년 깅리치 의장 방문 이후에도 미·중 갈등이 심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이날 백악관이 "미국 하원의장은 대만에 갈 권리가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급히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과 펠로시 의장의 30년 이상 이어진 악연도 한 요인이다. 1991년 당시 4년차 하원의원이던 펠로시 의원은 베이징을 방문, 중국 정부 허가 없이 동료 의원·미국 기자들과 호텔을 빠져 나와 천안문 광장으로 달려갔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유혈 진압으로 숨진 학생·시민 등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을 추모하려는 돌발 행동이었다. 그는 '중국 민주화에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성명을 낭독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의 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펠로시를 오랜 기간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적 기피 인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짚었다.
한편 펠로시의 대만 방문 결정에 미 정부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회는 행정부와는 독립돼 있어 하원의장이 독자적으로 방문 여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하원의장이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중국군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의 무력 행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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